정홍원 국무총리가 정기국회 개회를 사흘 앞둔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 총리,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의료법, 민간보험 보유 재벌에 유리
서비스법, 일부 대형병원만 수혜
주택법 등은 부동산투기 조장 우려
새정치 “30개 중 11개 가짜 민생법안”
대통령 이어 이번엔 총리가 처리압박
서비스법, 일부 대형병원만 수혜
주택법 등은 부동산투기 조장 우려
새정치 “30개 중 11개 가짜 민생법안”
대통령 이어 이번엔 총리가 처리압박
정홍원 국무총리가 2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에 정기국회 개회와 ‘민생경제·국민안전·부패척결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26일 민생·경제법안 입법 촉구에 나선 지 사흘 만으로, 정부와 여권이 ‘민생’과 ‘안전’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본격적인 여론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이날 담화문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보여달라”며 국회 정상화를 통한 정부의 민생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와 여당이 내세우는 민생법안 30개 가운데 11개는 ‘가짜 민생법안’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을 앞세운 별도의 ‘야당발’ 민생 현안 법안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정홍원 총리가 강조하는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상당수가 포장만 민생법안이고 알맹이는 가짜 민생인 규제완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의료기기법 등 의료영리화 법안 △주택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부동산 투기 3대 법안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법, 마리나항만 조성 및 관리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관광진흥법 등 사행산업 조장 법안 등을 지목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 법안이라고 내세우는 법안의 실상을 뜯어보면 ‘대기업 특혜, 부동산 투기 우려, 사행산업 조장, 교육·환경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완화’ 등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법안을 ‘민생법안’이라는 테두리에 묶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실제로 법안 내용을 보면, 의료법은 현행법에선 금지된 민간보험사의 국외환자 유치 활동을 허용하도록 했는데, 민간보험사를 보유한 재벌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의료기기법은 위험도가 낮은 의료기기의 허가와 신고 업무를 공공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으로, 허가 요건과 안전기준을 낮추려는 의료기기업계의 요구가 반영돼 상대적으로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으로, 원격의료가 가능한 일부 대형병원 외에는 관련성이 떨어진다.
주택법의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과밀억제권역 1가구1주택 원칙 폐지 등 민생법안으로 묶인 부동산 관련 법안들도 대부분 부동산 규제완화와 관련된 것이 많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을 노린 것으로, 집값 상승으로 인한 무주택자의 어려움이 가중될 위험성이 있다.
일부 법안은 사행산업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상 카지노 설치를 허가하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법, 마리나항에 주거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마리나항만법, 외국자본의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 설립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지금까지 금지됐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등이 그 사례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총리가 유임돼, 세월호 특별법은 외면하고 재벌·대기업 중심의 ‘무늬만 민생입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한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수긍할지 모르겠다”며 “정부·여당은 소모적 언론 플레이만 하지 말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어영 이유주현 기자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