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왼쪽)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합의문 발표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세월호 특별법 오해와 진실
특별법 협상 답보하며 악소문 기승
유가족 초안은 진상규명에 초점
보상 등 구체내용은 추후 논의
특별법 협상 답보하며 악소문 기승
유가족 초안은 진상규명에 초점
보상 등 구체내용은 추후 논의
지난 7·30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카카오톡,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악성 소문들이 추석 연휴에도 기승을 부렸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답보 상태로 접어들면서 기세를 더하고 있다. ‘숨진 아이들로 장사한다’, ‘전기료도 안 낸다’, ‘대학에 특례로 들어간다’ 등 감정 섞인 발언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뒤섞이고 소문은 확대재생산되며 힘겨운 유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악성 소문을 뜯어보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만든 세월호 특별법 초안에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7월9일 입법청원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는 ‘특례입학’, ‘전기료 등 공과금 및 세금 감면’, ‘피해자 전원 의사자 지정’ 등의 요구가 없다. 대체로 진상규명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책위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초안을 만들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의견을 더해 완성한 것이다.
악성 소문 가운데는 ‘공무원시험 가산점’이나 ‘유가족 생활안정 평생지원’ 등과 같은 근거를 찾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부 소문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기초로 이를 왜곡·호도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경기도 안산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해철·부좌현 의원이 지난 7월 공동발의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생활지원금, 심리상담 지원, 공공요금 감면, 교육비 지원, 추모사업 및 의사자 예우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같은 지역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나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생활 지원, 교육비 지원, 특별 재난지역 지정 지원, 추모 사업 관련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대학 특례입학의 경우, 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과 김명연 의원의 대표발의안을 병합심사해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 대입지원 특별법안’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거나 보류된 상태다.
이 가운데 의사자 지정 문제의 경우, 지원·보상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며 무엇보다 가족들이 ‘의사자 지정’을 요구한 바 없다. 각종 공과금 및 세금 혜택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지 않다. 상속세 경감의 경우, 단원고 희생자가 아닌 일부 일반인 유가족들이 요구한 바는 있다. 전해철 의원은 “참사 이후 단원고 학생만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와 서해5도 특별법 입법례까지 고려해 만든 법안이다. 관계부처 협의 등이 필요하다는 전제로 총론을 집약한 것인데 이를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학 특례입학의 경우, 2010년 연평도 포격 직후 ‘서해5도 지원 특별법’에서 ‘정원 외’ 대학입학 자격을 준 전례를 따라 의원 법안이 만들어졌으나, 이마저도 특혜 논란이 일자 가족대책위에서 “진상규명에 장애가 된다면 이를 먼저 처리할 수 없다. 중지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배상·보상도 소문과 달리 정해진 바가 없다. 피해자 가족들의 법안 제37조(피해자 및 유족 지원) 1항에는 4·16참사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정부의 △보·배상금 지급 △생활 및 의료 지원 △트라우마센터 운영 △교육지원·심리상담·돌봄 등 서비스 지원 △단원고 정상화 지원 등의 원칙만 규정돼 있다. 구체적 내용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돼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공전하는 상황이라 “보상과 배상은 추후 논의할 문제”라는 게 가족대책위의 공식 입장이다. 그럼에도 “다른 참사의 유가족, 순직자, 국가 유공자, 6·25참전 유공자 대우와 보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급 보상”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악의적으로 퍼지고 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9일 “보상과 배상은 진상규명이 된 뒤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과 내용에 따라 진행될 문제이지, 가족이 먼저 주장하거나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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