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말 섞는 유족 얼마 안되지만…행복하다”

등록 2014-09-10 19:14수정 2014-09-11 16:20

정청래 의원, 광화문 농성장에서 20일째 단식농성
“‘입구’도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뭔 ‘출구’를 찾느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계속되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단식이 10일로 20일째를 맞았다. 정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지난달 28일 유민아빠와 함께 단식을 푼 이후에도 “저라도 그냥 이 자리를 지키겠다”며 계속 물과 소금, 효소로만 버티고 있다. “이제 갈비뼈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 의원을 광화문 천막 농성장에서 만났다.

-지금으로선 유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난망해 보인다. 특별법 통과 때까지 식사를 안할 건가?

=나는 지금 특별법 통과를 위해 광화문에 있는 게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아무리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겠습니다”라고 말해도 이제 유족들은 우리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냥 유족들과 함께 가만히 앉아있는 거다. 그래야 그나마 유족들이 안심하니까.

-이젠 유족들이 마음을 열었나?

=나는 처음부터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들이 통상 하듯이 돌아다니면서 악수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단식한 지 십여일쯤 지나지니까 유족들이 말을 붙이고, 보름쯤 되니까 와서 고맙다고 하더라. 지금은 나보고 농담으로 “한 오십일은 굶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할 정도로 허물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와 말 섞는 유족들이 몇 안된다. 그래도 나는 여기 있는 게 행복하다. 지금은 청와대 앞에 가서 농성하는 거 말고는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다만 내가 언젠가 그만두게 되더라도 우리 당 의원들이 3박4일씩이라도 와서 단식을 이어가면 좋겠다. 계속 유족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 이곳에 있는 유족들은 작은 것에도 크게 상처받고,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받는다.

-유족들 사이에 두 차례 여당과의 특별법 합의 이후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컸는데, 그 실망감이 좀 해소되고 있나?

=지금 유족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아무도 못 믿는다. 다만 그래도 여당과 달리 야당에 대한 비판은 좀 다르다고 본다. 엄마가 자식한테 화가 나서 “나가 죽어라”하더라도, 그게 진짜 죽으라는 건 아니잖나. 진심이 뭔지는 우리 야당도 알지 않나.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5개월을 거치면서 정치인 딱 보면 어떤 사람인지 금세 눈치 챈다.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 누가 아닌지.

-예전에도 단식한 적 있나?

=(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 사건으로 복역할 때) 감옥에서 8일동안 한 적 있다. 근데 그때가 더 힘들었다. 고립감 때문에. 여기선 함께 하니까 더 낫다.

-단식하면서 뭐가 가장 기억나나?

=서울보다도 지방에서 사시는 분들이 많이 온다. 며칠 전엔 캐나다 교포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다”면서 하루 단식하러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런 분들이 많다.

그런데 가장 속상한 것은 사람들이 자꾸 “단식 그만둘 출구를 찾으라”라고 하는 거다. 내가 출구가 어디 있나? 본래 ‘입구’도 없었다. 그냥 유민 아빠 옆에 앉아있다보니 이렇게 된 거다. 사실 내겐 정치적 이득이라는 게 있겠나. 아, 정치적 이득이 있긴 한 건가? 종합편성채널에서 내가 단식하는 거 전혀 안 다뤄주니까, 노인분들이 내가 단식하는 거 모르더라. 하하하.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