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에 먼저 위원장 제안
투톱 아이디어에 이상돈 접촉
당내 여론 안좋아 카드 폐기
영입과정서 중진들에게만 설명
공론화 없어 ‘독단’ 비판 못면해
중진들에 ‘SOS’…회생 가능할까
투톱 아이디어에 이상돈 접촉
당내 여론 안좋아 카드 폐기
영입과정서 중진들에게만 설명
공론화 없어 ‘독단’ 비판 못면해
중진들에 ‘SOS’…회생 가능할까
12일 오전 9시30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 말씀드린다. 정기국회가 시작이 되면 국민공감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것이 애초 저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외부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진행돼왔고 많은 분들을 접촉했다.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이었다. 이것이 2016년 총선, 그리고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이다.”
그가 말한 ‘진보’ 인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몇시간 뒤 방송사 기자들에게 국민공감혁신위원장직을 맡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개혁적 보수’ 인사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당내 반발 때문에 사실상 뜻을 접었다. 결국 안경환-이상돈 공동위원장 카드는 폐기됐고, 박영선 위원장은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1차 합의, 2차 합의에 이어 세번째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는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그동안의 영입 추진 전말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박수현 대변인과 박범계 원내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내용을 전했다. 두 대변인의 설명과 위원장으로 거론됐던 당사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박영선 위원장은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은 지난 8월 초부터 이상돈 교수를 비롯한 외부인사들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영입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김종인 전 장관, 이상돈 교수 등과 평소 친한 편이다.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가 불발된 뒤에는 적극적으로 비대위원장 영입에 나섰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안경환 전 위원장은 자신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국민들 시각에서는 그 밥에 그 나물로 보일 수 있으니 중도보수 성향의 개혁적 인사를 투톱 체제로 하면 함께할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박영선 위원장은 이상돈 교수에게 공동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돈 교수는 당내 반발을 걱정했다. 박영선 위원장 측근들은 11일 이상돈 교수의 이름을 언론에 흘렸다. 당내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박영선 위원장 쪽은 영입 추진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당내 중진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는데, 여론이 악화되니까 문재인 의원 등이 태도를 바꿨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 쪽은 오히려 당내 반발을 우려해 반대했었다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두 사람은 ‘화성남자 금성여자’였던 것일까? 의원들은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영선 위원장의 사후 설명을 직접 듣거나 전해 들은 의원들은 대체로 “이해할 수 있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위원장과 원내대표직을 분리하겠다는 결정, 외부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겠다는 결정,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정 등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박영선 위원장이 공론화 과정을 한 번도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은 사후에라도 해명할 수 있지만 독선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박영선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고 비대위원장까지 맡기는 데 앞장섰던 의원들이 차례차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2일 저녁 문재인 의원 등 당내 중진들과의 긴급회동에서 안경환-이상돈 공동위원장 카드는 공식 철회되었지만, 박영선 위원장의 정치적 위기 상황까지 종료된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아직도 박영선 위원장에게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영선 위원장의 거취는 15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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