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오른쪽 둘째)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탈당 시사’ 박영선 위기 자초…중진들은 혼란 가중시켜
비판은 언론 폭력에 가까워…극에 달한 내부 불신과 대립
지지자들 ‘참담’…“DJ가 살아 돌아와도 수습 불가능한 당”
비판은 언론 폭력에 가까워…극에 달한 내부 불신과 대립
지지자들 ‘참담’…“DJ가 살아 돌아와도 수습 불가능한 당”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임시 당대표) 겸 원내대표의 탈당 시사 발언은 당의 기반이 지도부부터 풀뿌리까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대표 탈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예고된 현 상황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기의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 4선 의원은 “이젠 진짜 바닥이다. 원내대표가 탈당한다는 것은 최후의 금기마저 깨진다는 뜻이다. 그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새정치연합에 대해 “디제이(DJ)가 살아 돌아와도 수습 불가능한 당”이라고 말했다.
물론,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번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는 지난달 4일 비대위원장이 된 이후 2차례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무산, 외부 인사의 비대위원장 영입 불발 등 치명적인 실수를 세 차례 반복하면서 전략 부재, 공감 부족 등의 한계를 계속 드러냈다. 한때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던 동료 의원들이 비대위원장은 물론 원내대표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자 박 원내대표는 깊은 내상을 입고 칩거에 들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14일 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료 의원들의 태도에 대해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격한 감정까지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의 이 말에 구성원 내부의 ‘불신’과 ‘대립’이 극에 달한 새정치연합의 위기가 드러나 있다. 소통 부족과 계파주의의 ‘오작동’ 그리고 ‘민주주의’로 포장된 ‘무제한적 비판’ 탓이 크다.
박 원내대표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는 요구를 받고, 지난 12일 문재인·문희상·정세균·김한길·박지원 의원 등 당의 ‘주주’로 불리는 5인방을 만났다. 그리고 당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원내대표 거취 문제 제기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라는 긴급 메시지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튿날 문재인 의원 쪽은 “원내대표 사퇴 자제 문제는 ‘합의’가 아니라 ‘논의’된 거였다”고 반박했고, 박 원내대표 쪽은 “회의 내용을 다 받아적은 사람도 있는데 무슨 딴소리냐”고 맞섰다.
5인방의 자제 요청에도 ‘퇴진하라’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 거세져 갔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5인방이 공식 권한도 없이 ‘후견인’ 노릇을 하며 계파적 운영을 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책임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해야 할 중진들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상황을 악화시키도록 방치한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를 향한 의원들의 거친 언어도 비판을 넘어 언어 폭력에 가까울 때가 많았다. “탈당 고려중”이라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부 의원들은 “그럼 출당시키자”고 맞받았다고 한다. 김호기 교수는 “‘원내대표 물러나라’, ‘그러면 아예 당 나가겠다’는 식으로 격앙된 반응을 주고받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민낯을 보면서 야당 지지자들은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며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하지 않더라도, 기율도 소통도 없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은 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이 흔들리는 사이 지지 기반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전남 순천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를 다녀온 정동영 상임고문은 “당시 상황이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정 고문은 “당원들이 모인 자리였는데 다들 대놓고 돌아가며 지난 7·30 재보선 때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한 노조 간부는 조합원 700여명 모아서 새누리당을 도와줬다고 한다. 새누리당을 찍는 걸로라도 ‘저항’해야, 새정치연합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데 기가 막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위기는 더 깊어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원대대표가 물러나도 후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그리고 내년 전당대회까지 노골적인 권력투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집권은 포기하고 당권에만 매달리는 ‘야당 패권주의’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모인 자리에서 삼삼오오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노영민, 인재근, 우원식, 이인영, 진성준 의원. 선 이는 홍영표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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