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박대통령에 친서…“가을 국제회의서 만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올가을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참관을 위해 방한중인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전 총리)을 접견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 귀하, 내각 총리 대신 관저’라고 적힌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아베 총리는 친서에서 “(양국 사이에) 과제가 있기에 대화를 거듭하여 내년이 한-일 양국에 좋은 해가 되도록 상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갔으면 하며, 올가을에 개최될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아베 총리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지금껏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를 의식한 대외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지만, 갈등을 풀어낼 구체적인 제안은 내놓은 게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박 대통령도 이날 아베 총리의 제안에 대한 즉답을 피한 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선조처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친서를 전달한 모리 전 총리에게 “과거사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쉰다섯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드려 한-일 관계가 잘 발전될 수 있도록 모리 전 총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내년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과거 한일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 관계가 잘 풀리기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선조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아베 총리가 언급한 ‘가을 국제회의’는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사전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석진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