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조사국(CRS)이 고노 담화 검증으로 대표되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수정주의 행태가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회조사국은 최근 펴낸 ‘미-일 관계’ 보고서에서 “역사적 상처를 들쑤시는 아베 정권의 행태는 한국과 건설적 관계를 만들고 중국과 잠재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관리해 나가는 일본의 역량을 저해해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익에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27일 전했다.
의회조사국은 아베 정권의 고노 담화 검증과 관련해 “지난 6월 아베 내각이 야당 한 의원의 요청에 따라 고노 담화 작성 경위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결론은 고노 담화가 한국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작성됐다는 내용이었다”며 “이는 고노 담화가 마치 전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조사국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고노 담화를 계속 지지한다고 밝혔음에도 작성 경위를 공식 조사한다는 것은 일본이 내놓은 사과의 정통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의회조사국은 “2006~2007년 1기 때만 해도 아베 총리는 전체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실용주의적 접근을 꾀했고 당시 악화한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도 부분적으로 성공했다”며 “그러나 2기 들어서는 한국,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논란의 발언을 하거나 이를 부분적으로 철회하는 불일치한 행동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달 초 아베 총리의 내각 개편에 대해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새로운 내각에 일제의 해악 행위를 부정하거나 깎아내리는 강력한 민족주의자들로 알려진 몇몇 개인들이 포함돼 있는 것을 주목한다”며 “이런 요인들로 아베 총리의 집권기간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6월 고노 담화 검증 이후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 행태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판적인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박현 특파원, 연합뉴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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