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일 새누리당 지도부에 배포한 ‘은행 대출금리 동향 및 향후 대응 방향’ 보고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2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국회로 불러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문제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최근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쌓으려 노력해온 김무성 대표는 보고서에 나온 경제지표를 잘못 읽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신 금융위원장으로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인하됐는데도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이유’를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신 위원장에게 “(은행 금리가) 하락했다고 말했는데 (금융위 자료에는) 0.25% 상승한 것으로 돼 있지 않냐”고 따졌다. 이 보고서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된 8월(8.14일, △0.25%)에는 가장 큰 폭으로 하락’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김 대표가 재무제표상 음수(마이너스)를 표시하는 ‘△’ 기호를 ‘상승’의 뜻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신 위원장이 “마이너스 입니다. 세모가 마이너스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머쓱해서인지 김 대표는 신 위원장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당 대표가 된 뒤 주요 공식회의 석상에서 산업활동 동향, 고용 동향, 환율 동향 등 경제지표들을 거론해가며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다지려 노력해 왔는데, 이날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이날 이인제 최고위원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거론하며 “우리는 이렇게 굼벵이처럼 하고 있는데 우리도 혁명적 정책수단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 위원장에게 통화정책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신 위원장이 “(이건) 한국은행 소관이고, 전체적인 거시정책은 경제부총리에 있다”라고 답변하자, 이 최고위원은 “기준금리 문제가 한국은행의 전적인 권한인가”라고 되물었다. 정부가 한은의 고유 업무인 통화정책에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관치 금융’ 시절의 낡은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