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임환수 국세청장(오른쪽)이 질의하는 의원이 바뀌자 이에 맞춰 예상질의 답변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야 “헌법이 부여한 권능 방해” 성토
여당은 다른 생각 “소수당 횡포로
국감 본연 목적 훼손”
3주간 ‘몰아서 국감’ 방식 탓
상시국감 대안 거론됐지만
정부여당 반대로 10년째 감감
여당은 다른 생각 “소수당 횡포로
국감 본연 목적 훼손”
3주간 ‘몰아서 국감’ 방식 탓
상시국감 대안 거론됐지만
정부여당 반대로 10년째 감감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행정부가 좀처럼 제출하지 않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시시콜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행정부는 미적거렸다. 행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는 국회의 겉핥기 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들어 두번째 국정감사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이러한 태도를 강하게 성토했다.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 국감 방해, 늑장 부실 자료 제출 등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능이자 국민의 권리 행사인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장관의 공식 지침으로 산하기관에 하달됐다.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산하기관이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할 때 기관별 소관과가 답변서를 스크린한 후 제출하라’고 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님 지시사항’을 지적한 것이다. 윤상직 장관은 전날 자신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이 때문에 국정감사가 한때 파행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윤상직 장관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사퇴를 요구했다.
또 우윤근 원내대표는 “외교부는 업무추진비 자료를, 교육부는 인사위 회의록을, 국방부는 나라사랑교육 동영상을 감추고, 국회에 제출하지 않거나 늑장 제출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정부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해당 부처의 관련 업무에 대한 예산 삭감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여당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국정감사 중반 대책회의에서 “소수당의 횡포라고 할 만큼 국정감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을 침소봉대해서 국감 본연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며 오히려 야당을 비난했다.
행정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데는 여러 가지 타당한 이유도 있다. 분량이 지나치게 방대하거나 기밀을 요하는 사안인 경우다. 하지만 행정부 관료들이 “3주만 버티면 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3주 동안 국정감사를 몰아서 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행정부의 태업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안은 상시국감이다.
“중요 현안이 있으면 상임위별로 언제든지 국정감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유승민)
“임시국회마다 상임위별로 몇개의 소관 부처와 기관을 정해 순차적으로 국감을 실시하면 정기국회에선 예산심의와 입법활동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민병두)
두 의원이 10년 전인 2004년에 내놓은 처방인데,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상시국감이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1년 내내 국정감사를 받고 싶지 않다”는 정부와 여당의 반대 때문이다. 그 대신 여야는 총 30일 동안의 국정감사를 임시회와 정기회에 나눠서 실시하는 ‘분리국감’을 도입하기로 올해 겨우 합의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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