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여야 연립정부·중대선거구제 등
구체적 권력구조 개편안 제시
야당 반색 “올안 개헌특위 열자”
청와대·친박 불쾌 “지금은 아니다”
구체적 권력구조 개편안 제시
야당 반색 “올안 개헌특위 열자”
청와대·친박 불쾌 “지금은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꺼내든 ‘개헌 논의 불가피론’은 여당과 청와대의 관계는 물론 향후 정국 전반에까지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지면 막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표현까지 쓴데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와 ‘연정’이라는 권력구조 개편의 구체적인 방안까지 밝혔기 때문이다. 향후 청와대와 긴장을 감수하면서 개헌 이슈 등을 통해 당 중심의 독자 행보를 해나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개헌의 핵심이 될 권력구조와 관련해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와 ‘여야 연립정부’를 제시했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가 전반적인 ‘내치’를 담당하는 제도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가 철저한 진영논리에 빠져 있고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다”며 “나도 (예전에는) 내각제에 대한 부침 때문에 정·부통령제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이원집정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각제는 계보정치라서 ‘내각제로 가면 망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사회가 빠르게 맑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내각제가 부패정치로 가는 길이라는 고정관념이 기우다.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야가) 연정을 하는 것이 사회안정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권력 집중과 여야의 극한 대결을 완화할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음을 시사한 것이다. 선거구제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의원을 뽑는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아니라 지역구를 넓혀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구상은 1987년 9차 개헌 이후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와 소선거구제를 축으로 여야가 대결해온 현 체제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경제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론에 선을 그은 지 열흘 만에 나온 ‘반박’이라는 점에서, 여권 내 정국 주도권 다툼의 예고편으로 읽힌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앞으로 정국의 중심을 당으로 가져오려는 걸로 보인다”며 “개헌론도 예상되는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개헌 필요성에 대해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를 제외하고 여야에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는 점도 김 대표 발언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새누리당 58명, 새정치민주연합 95명, 정의당 2명 등 국회의원 정원 과반수인 155명이 참여하고 있다. <시비에스>(CBS)가 9월29일~10월2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249명 중 92.77%인 231명이 개헌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여야에 개헌 공감대는 넓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왕적 권력체제를 바꾸어야 한다”며 “예산안 심사를 마친 뒤 올 연말까지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 중에 개헌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뜻이 일치하는 만큼 국회 개헌특위는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부정적인 태도와 차기 지도자를 노리는 주자들의 엇갈리는 셈법이 변수다. 당장 청와대와 친박 핵심들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 개헌 논의하면 ‘김무성 개헌’이 되는 거냐. 무슨 법안 개정안 하나 내는 식으로 저러냐”며 “개헌은 국민들 뜻에 따라 해야 하는 건데 지금 개헌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없지 않으냐. 지금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박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하면 못 한다. 개헌 논의는 다음 정부 초기에 시작하는 게 맞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ASEM) 참석을 마치고 귀국해 개헌과 관련해 다시 분명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하이/김경욱 기자, 이유주현 기자, 밀라노/석진환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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