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 봇물’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승강기에 올라 눈을 감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 고위관계자 “개헌 문제 마구 언급…” 경고 보내
김 대표 “대통령에 이미 사과…개헌 얘기 일체 않겠다”
김 대표 “대통령에 이미 사과…개헌 얘기 일체 않겠다”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갈등 구도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을 겨냥해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 관련) 언급을 했다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16일 중국 방문 중 김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개헌 발언에 대해 “기자가 노트북 펼쳐놓고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 관련 문제를) 마구 언급한 것은, 기사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공무원연금 개편 시기와 관련한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기자들의 ‘개헌’ 관련 질문을 피하지 않고 청와대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5일 전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이 처음 나왔을 때 아무 답변도 않던 것에 비춰보면, 이날 발언은 내부 논의 과정을 거친 정리된 입장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론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당 대표가 개헌을 공개 거론한 것은 박 대통령을 향한 ‘의도적 도발’이라는 시각이 엿보인다. 이에 김 대표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경고’ 사인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의 ‘사과’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앞서 김 대표는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했다가, 다음날인 17일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국가가 장기적으로 보다 나은 상태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그게 과연 개헌 이야기냐. 저희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시급한 국정과제가 빨리 처리돼 국민들 삶이 나아지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개헌 논의 불가론’을 거듭 강조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언론과 야당은 청와대가 (김 대표에게) 항의하거나 압력을 가해서 김 대표가 물러난 것처럼 해석하고 주장하는데, 저희는 황당하다. 저희들은 이태리 순방 중이었고 잘 알 수가 없었고 일정상 그것을 챙길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이런 발언에 대해 김 대표는 “개헌에 대해선 일체 얘기하지 않겠다”며 말을 삼갔다. 김 대표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이미 사과 입장을 밝혔다”고만 말했다. 현시점에서 청와대와 더이상 대립각을 세우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제주도 국정감사를 마치고 국회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발언한 사람이) 청와대 누군데”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김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김 대표를 비판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가리켜 “그런 말 할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석진환 김경욱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