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오른쪽)이 3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공직선거법의 선거구 획정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결정 선고를 하려고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이정미 재판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새정치 “외부인사로 위원회 만들자”
새누리 “선관위가 조정하도록”
정당마다 예측·기대치 온도차
새누리 “선관위가 조정하도록”
정당마다 예측·기대치 온도차
30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방식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선거구 획정위원회 독립을 비롯해 중대선거구제, 석패율 도입 등 그동안 논의돼온 정치개혁 과제들이 현실화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야 모두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음을 실감하고 있으나, 변화의 폭에 대한 예측과 기대 수준은 정당마다 온도차가 난다. 정의당이 가장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구 전면 조정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헌법의 명령”이라며 “거대 양당 체제의 기득권을 강화해온 제도적 기반인 소선거구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선거구 조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 조속히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자”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헌재 결정 직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당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열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재 결정에 영향을 받는 선거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예전처럼 이리저리 지역을 잘라 유권자 수를 맞추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표의 등가성 원리를 살리고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선,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지키되 선거구가 3곳 이상인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을 지지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분권형 권력구조는 연정이 필요하고, 연정을 하려면 다당제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역시 소선거구제로 반사이익을 누려왔기 때문에, 당 내부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가자는 통일된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가장 소극적이다. 이들은 헌재 결정에 맞춰 어떻게 선거구를 조정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하나도 쉽게 합의를 못 볼 정도로 우리 정치권은 합의 수준이 낮다. 그런데 거기다 중대선거구제까지 갖다 붙이면 문제를 풀 수 있겠느냐”며 “풀지도 못할 거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건 계속 정쟁을 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도 “당장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일만 해도 의원들과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골치가 아픈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호남 의원들이 계속 반대해온 중대선거구제까지 논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단은 선거구제 개편보다는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 문제가 먼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공정하게 선거구를 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다가오면 국회에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했고, 그 안에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만들어 선거구를 조정해왔는데, 당 혁신위는 이를 선관위가 하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