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서울 서린동 사무실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강만길 초대 위원장(현판 왼쪽)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월요리포트] ‘친일 언론사주’ 재판
군수회사·총독부 관변단체 활동
규명위 판단근거 일부 인정 안해
상고 이후 선고 늦어지자 의구심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만 남아”
“대법원, 언론권력의 힘 신경 쓰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서태환)는 그해 12월 친일진상규명위가 근거로 제시한 세 가지 행위 가운데 <조광>을 발행하고 일제침략에 동조하는 글을 쓴 행위와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발기인·평의원 활동을 친일행위로 인정했다. 그러나 조선항공공업주식회사 발기인·감사로 일한 것은 “의사 결정에 관여해 회사를 ‘운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친일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1년 남짓 지난 2012년 1월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곽종훈)도 1심처럼 <조광> 발행을 친일행위로 판단했다. 1심이 인정하지 않은 군수회사 감사 활동을 친일행위로 인정한 대신, 총독부 관변단체 간부로 활동한 것은 “구체적 협력행위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친일행위에서 제외했다. 정부와 방 명예회장은 상고했고, 사건은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배당됐다. 양쪽은 상고이유서와 답변서 및 상고이유보충서를 한차례 더 주고받았지만 대법원은 3년이 다 되도록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사건 수가 워낙 많아 2년 이상 선고하지 않은 장기미제 사건이 쌓이는 것일 뿐, 정치적 고려 때문에 선고를 미루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 친일진상규명위 김민철 기획총괄과장(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방응모는 총독부 관변단체 간부로 활동하면서 이를 충실히 실현하기 위해 태평양전쟁 찬양, 징병 선동 글을 잡지 <조광>에 실었다. 친일단체는 물론 관변단체의 간부로서 다양한 친일행위를 했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며 “다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경우는 대법원이 관변단체 간부로 활동한 것만으로도 친일로 판단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읽히는 사건만 대법원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법원의 침묵은 여러 말들을 낳고 있다. ‘언론권력’의 힘을 신경쓰는 게 아니냐는 게 한 시각이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가지고 있는 사건은 법원의 캐피탈(자본)”이라고 말했다. 선고를 미루는 게 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방편이라는 해석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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