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 총장 쪽, 새정치연합 대선 후보 의사 타진했다”
새누리 친박계 “절대 야당 성향 아냐…추대론 펼쳐
여야 모두 ‘구애 경쟁’…‘반반 총장’이란 얘기 나와
새누리 친박계 “절대 야당 성향 아냐…추대론 펼쳐
여야 모두 ‘구애 경쟁’…‘반반 총장’이란 얘기 나와
최근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놓고 여야가 ‘구애 경쟁’에 나섰다. 여야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에 “반기문 총장은 반반 총장”이라는 말도 나온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 쪽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좋겠다는 의사를 나한테 타진했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나는 그들에게) 반 총장을 존경한다. 그만한 훌륭한 분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다른 대선 후보들이 많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반 총장을 영입해서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행사가 끝난 뒤 다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을 둘러싼 여권 대망론에 대해 “나는 여권에서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얘기한 것은 이해를 못하겠다. 측근들은 (반 총장은) 이미 여당은 안 가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측근들은 6개월 전쯤에 내게 얘기했다”며 “그분들의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반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들이며 한 분은 한국, 한 분은 외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이 최근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것은 지난달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39.7%로 1위를 차지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줄곧 1, 2위를 차지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13.5%,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이 9.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라 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선 즉각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 영입을 위한 공들이기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친박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차기 대권 전망’이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선 ‘반기문 영입론’이 터져나왔다. 안홍준 의원은 “반 총장은 절대 야당 성향이 아니다. 당내에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 치열한 경선을 해야 할 입장이라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추대론을 펼쳤다. 김태환 의원 등은 “우리가 이 문제를 갖고 너무 심각하게 토론하는 건 옳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최근 국정감사차 미국에서 반 총장을 면담하고 돌아온 유기준 의원은 “현실적으로 2위와 3배 차이 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데 언론 등에서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반 총장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각 진영 내부의 권력 지형과 관련이 깊다. 새누리당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 이후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개헌론에 대해 청와대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한풀 꺾이긴 했으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청와대와 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당-청 갈등 구조를 막고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박근혜계에선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
야당도 생각이 복잡하다. 마땅한 대표 선수를 찾지 못한 새정치연합 비주류는 당내 최대 세력인 친노에 맞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일부 호남과 비주류 세력은 충청도 출신의 반 총장과 호남 세력이 합쳐 ‘뉴DJP연합’을 이루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반 총장 자신의 생각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반 총장 측근들은 그를 야권 후보로 세우기 위해 동교동계 좌장인 권 고문을 접촉 창구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의 정치적 성향이 모호한 것도 여야 모두에게 가능성을 던져준다. 반 총장 자신도 이전에 밝혔듯이, 그가 유엔의 수장이 된 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덕을 많이 입었다. 그러나 그에겐 참여정부의 색깔이 없다. 정치적 성향도 아직까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아직 대권 주자로서 반 총장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지만, 여야 모두 다른 대선 주자군들이 반 총장을 제압할 힘이 약하기 때문에 ‘반기문 대망론’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제관계, 즉 외치에 밝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반 총장은 계속 개헌 논의의 도구로 활용될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권 고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차기 대권 전망’이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선 ‘반기문 영입론’이 터져나왔다. 사진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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