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패배를 확인 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터뷰집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에서 통진당 사태 비판
“국민 세금 받아가는 정당과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사건”
“국민 세금 받아가는 정당과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사건”
“권력은 공개적인 평가 속에서 규제될 때 ‘악의 꽃’으로 변질되지 않는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내란음모 의혹의 당사자인 경기동부연합의 정치 행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던졌다. 최근 발간된 인터뷰집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에서다.
그는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변론에서 정의당 쪽 증인으로 출석해 통진당 해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도 “사상에는 사상으로, 신앙에는 신앙으로, 양심에는 양심으로 대응하는 게 민주주의가 가야할 길”이라며 “정당에 대한 평가와 심판은 국민들의 선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내란음모 사건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을 덮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전 대표는 이와 별도로, 이 의원이 주도하는 경기동부연합의 조직운동방식과 국정원이 공개한 ‘합정동 녹취록’에서 드러난 이들의 ‘사상’에 대해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책으로 엮인 인터뷰에서 “당내에 정파라는 것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은밀하게 존재해온 정파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왔다. 이제까지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정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 사람들 한 명이라도 시인한 바 없다. 대한민국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두시간 안에 130명 모이는 데는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타이트하게 움직이면서 그런 조직이 없다고 얘기해온 것 자체가 문제가 생길 때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당 대표 비례대표 선거 이전까지 이석기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입당도 2012년 총선 앞두고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임박해서 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 정파가 지하당처럼 움직였다. 여기에서 오더를 내리면 이제까지 그것을 다 관철해온 거다. 5월12일(합정동 모임이 있었던 날)도 그랬지 않나. 아무리 현역 의원이지만 당직도 맡고 있지 않은 사람이 이정희 대표를 한칼에 베지 않았나. (이석기 의원이 합정동 모임에서 미사일 쏘지 말라고 발언한 이 대표를 “자기 무기 자기가 쏘는데 왜 쏘지 말라고 하나?”라고 하고 비판한 일을 말함) 그날 이후로 당 성명서고 뭐고 다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는 합정동 모임에서 있었던 발언들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의 자주세력과 북의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서 적과 싸운다는 발상은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통진당 사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는 당원 모임이 아니다. 실상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대오 모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내란 음모가 아니라고 해서 죄가 없는 건 아닌 상황이다. 국민 세금 받아가는 정당과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국가보안법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선 안된다”고도 말했다.
노 전 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통진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확전을 경계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노 전 대표는 헌재에서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통진당 쪽 증인으로 나서기까지 했다. 책 내용은 진보당 내부 정파에 대한 비판이고 그의 평소 소신일 뿐이다. 그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브라질 노동자당과 같은 정파등록제를 주창해왔고 이번에도 그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터뷰집에서 말한 것과 헌재에서 밝힌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다. 이석기 사태 때문에 정당이 해산돼선 안되지만, 경기동부연합의 정치행태와 사고 방식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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