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한겨레 자료 사진
[현장에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추진하는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이 정치권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국회 본회의·상임위 불출석 때 세비를 삭감하고,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세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안이다. 언뜻 보면 개혁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국회에서 격렬하게 또는 지루하게 대립하는 모습에, 그러면서도 자신들 기득권 지키기에는 누구보다 빠른 의원들의 모습에 지친 국민들의 눈엔 그렇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우리나라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미국과 달리 합의를 우선시하는 정치 문화를 따르고 있다. 국회가 파행을 빚는 것은 대부분 여당이 추진하는 법률안에 대해 야당이 반대할 경우인데, 이때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은 야당의 ‘비토권’을 금전적 수단으로 봉쇄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임위,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의원들이 ‘일’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05~2006년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에 나섰을 때, 당시 박근혜 대표와 의원들은 법 개정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단체들과 함께 거리에 나서 석달동안 국회에 들어오지 않았다. 법 개정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다. 넓게 보면 의정활동을 한 셈이다.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민심을 청취하는 것도 중요한 의정활동이다. 지난 12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이 “국회가 공전할 때 지역구 돌아다니면 일 안하는 건가. 우리 (활동은) 월화수목금금금 아닌가”라고 말한 것은 일리가 있다.
새누리당 의총에서 정면 반발을 겪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4일 “의원 세비 부분에 대해선 우리를 노동자 취급하지 말라는 말도 일리가 있으므로 조금 조정해서 의원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국회에 무노동 무임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지 않는 이유는, 정치인을 노동자 취급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성과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정책적 판단이 다르면 반대하는 것도 일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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