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석 정의당 의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올해만큼은 ‘쪽지예산’을 안 넣겠다고 여야가 공언하고 있지만, 오히려 ‘쪽지예산’을 적극적으로 넣겠다고 선언한 의원이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쪽지예산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쪽지예산이란 의원들이 동료 예결위원들에게 자신의 이해관계가 달린 사업비를 늘려달라고 쪽지를 넣어 부탁하는 것을 일컫는다. 과거엔 종이쪽지를 이용했지만,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부탁하기 때문에 ‘카톡예산’이라고도 불린다. 박 의원은 예결위원이지만 소수정당 소속이라 실제로 예산 삭감과 증액을 결정하는 계수조정소위(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5명)엔 들어가지 못했다.
박 의원이 이날 제시한 쪽지예산 1호는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청소노동자들에게 정부가 약속한 생활 임금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예산 69억2000만원이다. 그동안 하청업체에 고용된 공공부문 청소노동자들은 휴일 근무나 초과 노동을 하더라도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안전행정부·고용노동부는 지난 2012년 청소노동자들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법원·헌법재판소·법무부 청사와 산하기관 청소 노동자들에게 정부 지침대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69억2000만원을 증액해 의결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예결위 회의에서 이 예산을 사실상 반영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당시 박 의원이 법사위의 청소노동자 임금 증액에 대해 기재부의 입장을 묻자, 방문규 2차관은 “대법원이나 헌재 뿐만 아니라 전체 모든 관공서에 관련된 예산이기 때문에 이것을 전체적으로 종합적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그렇다고 해서 임금을 단년도에 한꺼번에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검토를 해야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정부 지침은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라는 당연한 지침”이라며 “계수조정소위는 법사위에서 증액된 69억2000만원을 원안대로 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다음 쪽지예산으로 예비군 훈련자의 교통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예비군 훈련자(290만명)들은 점심값 6000원, 교통비 5000원을 받고 있는데, 지난 2011년 육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예비군들이 하루 훈련에 들어가는 지출액은 교통비 1만2780원, 점심값 8960원이었다. 박 의원 쪽은 “최소한 교통비만이라도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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