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 심의 현장. 한겨레 자료 사진
현장 공개한 ‘감액 심사’와 달리 ‘증액 심사’ 땐 비공개
의원들은 관례라는데…국회법 취지로는 ‘공개’가 원칙
국회 관계자 “막판에 쪽지 예산 들어가야 하기 때문”
의원들은 관례라는데…국회법 취지로는 ‘공개’가 원칙
국회 관계자 “막판에 쪽지 예산 들어가야 하기 때문”
[현장에서]
국회 본청 638호 앞 복도는 21일에도 공무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로부터 내년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를 받는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었다. 회의장 안에서 ‘뭐가 얼마 깎였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증액 심사’에선 이런 풍경을 볼 수 없다. 예산안조정소위는 그동안 감액 심사가 벌어지는 회의장에는 취재진 한 명씩만 들어오게 하는 방식으로 ‘감액 심사’ 현장을 공개했으나, ‘증액 심사’ 때는 완전히 문을 걸어잠갔다. 회의 장소도 예산안소위 소속 위원과 기획재정부 공무원 외에는 비밀에 부쳐져 어디에서 심사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게 한다. 언론의 눈치가 보일 때면 반나절 공개하고 말았다. 회의록이 작성되긴 하지만 이 역시 공개되지 않아, 누구의 요구로, 어떤 과정을 거쳐 예산이 증액됐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국회법을 보면, 증액이든 감액이든 ‘공개’가 원칙이다. 현행 국회법 57조 5항은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1999년 11월, ‘소위원회 회의 공개’ 조항을 처음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 활동의 투명성 확보”라고 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야 예산안소위원회 위원들은 ‘소위원회 의결’이라는 예외규정을 통해 매년 ‘증액 심사’만 비공개로 진행한다.
증액 심사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당 소속의 한 예산안소위 위원은 “제한된 시간 안에 심사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비공개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공개하는 것이 왜 효율성을 저해하는지도 알 수 없고, 그렇다면 ‘감액 심사’는 어떻게 공개를 해도 효율성에 저해되지 않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야당 소속 한 위원은 “증액되는 예산은, 정책 관련 중앙부처 예산을 제외하고 여야에 지역 예산이 각각 배분된다. 여야는 이를 우선순위에 따라 나누니까, 여야가 함께 논의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공개할 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쪽지’(막판 끼워넣는 지역 예산)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좀더 명확하게 설명했다. ‘감액 심사’는 어쨌든 정부 예산안을 덜어내어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이지만, 증액 심사에선 자신의 지역구에 배정되는 예산을 따내기 위한 의원들 간의 혈투가 벌어지는데, 이 민낯을 드러내기 껄끄럽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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