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 채증장비 구입비 7억
야 “2억원 깎자” 여 “절대 못깎아”
야 “2억원 깎자” 여 “절대 못깎아”
매년 연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수천억원이 5분만에 죽었다, 살아났다 하지만, 때로는 고작 1억~2억원 때문에 여야 의원들이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지난 23일 예결위 ‘예산소소위’에서 여야가 가장 오랫동안 대립한 ‘2억2700만원’ 짜리 예산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시위현장 채증작업을 위해 디지털 카메라·캠코더 구입비용 7억100만원 중 2억2700억원을 깎자는 야당에 맞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절대 깎을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예산소소위는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합의가 보류된 쟁점 예산 126가지를 다루기 위해 이현재·김진태(새누리당) 의원과 김현미·박완주(새정치연합) 의원 4명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경찰의 경비·정보 활동에 필요하다며 캠코더·카메라 구입비로 9억5100만원을 편성했는데, 안전행정위원회는 여기에서 2억5000만원을 감액해 예결위로 보냈다. 예결위 야당 의원들은 불법 집회가 아닌 경우에도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채증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예산을 추가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김 의원은 “경찰들이 시위대와 직접적으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선 멀리서 채증 작업을 해야 하니 새 카메라와 캠코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푼도 깎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계속 대립하자, 기획재정부는 7억100만원 중 1억5000만원을 추가로 깎자고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김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7억100만원은 다시 예결위 간사들끼리 협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소소위에 참석한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액수가 작아도 ‘공안·이념 예산’이라서 자존심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예산소소위에서 다뤄지다 보류된 것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사업비는 1억3500만원이었다. 해양경찰청이 주최하는 수상레저스포츠대회 지원비였다. 여당 의원들은 “해양에서의 경비 업무이니 통과시켜주자”고 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해경은 바다나 잘 지켜라. 스포츠대회 지원은 문화부 체육진흥기금으로 하라”고 맞섰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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