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정책관
경총 공식 토론회서 밝혀
파견노동 전면확대 가능성
경총 공식 토론회서 밝혀
파견노동 전면확대 가능성
고용노동부 고위 간부가 파견노동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쪽에서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검토’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노동문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간부가 ‘파견 규제 폐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공식 행사에서 한 것이어서 정부가 노동유연화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형우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25일 오후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고용형태공시제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파견노동을 거의 규제하지 않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규제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파견업종을 다 푼다고 해도 기업들이 과연 파견노동을 쓸까 싶다”고 말했다. 또 정 정책관은 “파견법 제정 당시 정부안은 (파견금지 업종만을 명시하는) 네거티브 방식이었는데 노동계와 정치권의 입장이 반영돼 결국 허용 업종만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법제화됐다”며 “노동 관련 제도가 항상 옳은 길로만 가기 어렵고 옆길로 새거나 돌아가게 되기도 하는데 이제는 세계와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환경을 고려할 때 (노동시장이) 유연한 형태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견 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55살 이상에 대해 파견업무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이번 발언 내용으로 봤을 때 고용노동부에서 파견노동이 전면 확대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로 대표적인 전근대 노동이라고 비판받는 파견노동의 경우 고용 불안이 심하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1998년 7월부터 시행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파견노동 허용 업종을 32개로 제한하고 있는데, 경총 등 사용자 쪽은 파견금지 업무만을 명시해 사실상 파견노동을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정 정책관이 사실상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문제다. 정 정책관은 이날 “이미 존재하는 파견도 불법파견의 양태로 보는 건 안 맞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오히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복지를 높여주는 쪽으로 장려해야 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대한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잘못이라고 보는 시각을 사실상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정책관의 이날 발언은 “개인적 의견”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사석이 아니라 정부·기업·경제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참가한 공식 토론회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가볍게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임서정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55살 이상) 고령자와 전문 직종에 대한 파견업종 확대 방침은 이미 발표한 바가 있으나 전면 허용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게 고용부 공식 입장”이라며 “다만 원청이 하청업체에 복지나 산업안전에 대해 배려하는 부분까지 (법원이) 불법파견의 (판단) 근거로 삼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세종/김소연 전종휘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