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치 논란 장본인…새정치 “비선 라인서 낙하산 의혹”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
애초 추천자 명단에도 없어 일부선 “청문회 열어야” 지적까지
금융위원장 “자율적 인사” 해명 이 후보는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 출범 뒤엔 홍콩지점장과 개인영업전략부장, 경영기획본부 집행부행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을 맡고 있다. 행추위는 이 후보가 34년간 우리은행에서만 근무한 정통 ‘우리은행 맨’이며 금융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가 ‘서금회’의 회원으로 ‘보이지 않는 손(숨은 권력)’에 의해 차기 행장에 내정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을 빚었다. 서금회는 올해 들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내정자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를 잇따라 배출하면서 급부상한 사조직이다. 애초 유력한 우리은행장 후보였던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이 지난 1일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사전 내정설에 한층 힘이 실렸다. 이순우 행장은 연임을 포기한 이후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계속 버티면 조직이 망가질 것이 뻔하게 보여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윗선에서 행장이 내정된 마당에 본인이 더 버티기는 어려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는 금융당국도 힘을 쓰지 못하고 배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정권 실세 라인에 의해 금융권 요직 인사가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우리은행 최대주주는 정부로,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지분 56.97%를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는 애초 금융당국에서 추천한 후보자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주도해온 기존 ‘관치금융’을 넘어선 ‘정치금융’ 혹은 ‘신 관치금융’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모피아) 출신이 배제되면서, 민간 출신이지만 정권에 줄을 댄 인사나 금융 경력이 없는 ‘정피아’(정치권+관피아)가 내정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돈 이후에 형식적으로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가 열려 몇몇 후보를 들러리로 함께 세운 뒤, 결국 예상됐던 인사가 추인받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영구씨를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할 때도 사전 내정설이 집중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관치를 하더라도 금융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나름의 명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게 있었는데,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신관치에선 패거리 문화에서 비롯된 사익 추구만 부각되고 있어서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날 우리은행장 사전 내정설을 둘러싼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거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우리은행장 후보에 대한 사전 내정설이 파다했는데 서금회가 개입한 것 아니냐”며 “금융위가 이를 통제할 수는 없었던 것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도 “금융권 주요 요직 인사에서도 (청와대) 비선 라인에 의한 인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권의 비선 라인에 의한 인사 관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금융시장 전체와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금융회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면, (관련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가 개입한 바 없고 청와대의 뜻을 전달한 바도 없다”며 “시장에서 만들어진 얘기일 뿐이며,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도 굉장히 이상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금융사 인사는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다만 되고 나면 ‘사실은 내정돼 있었다, 누가 뒤에 있었다’는 말이 도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논란에서 비켜 서 있으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