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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당 강령, 북 대남 혁명전략과 일치” 퍼즐맞추기식 결론

등록 2014-12-19 20:09수정 2014-12-19 22:40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을 죽였지만, 우리는 진보정치의 거대한 물줄기를 국민들과 함께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 이상규, 오병윤, 김미희 의원.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을 죽였지만, 우리는 진보정치의 거대한 물줄기를 국민들과 함께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 이상규, 오병윤, 김미희 의원.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 현재 논리 뜯어보니 곳곳 허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핵심 논리는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실질적으로 위협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제시한 근거나 논리에는 주관적 판단과 비약, 증거 부족, 그런 상태에서 이뤄진 단정이 많다.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결정문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통합진보당=북한 사회주의 추구” 퍼즐 맞추기

헌재는 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숨은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전 단계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했다고 판단했다. 강령에는 명시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없다. 헌재는 진보당이나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펴낸 <강령해설자료집>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집권전략보고서> 등의 내용과 지도부 등의 발언을 종합해, “강령의 목표는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강령의 목표를 북한식 사회주의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비교해 보니 거의 전체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수많은 글과 발언 중 결론에 필요한 부분만 가져와 끼워 맞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진보당이 전체적 차원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미군 철수 요구와 자주·민주·통일 이념 등을 나열하며 ‘결국 북한 추종 세력’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정치적 비판 논리라면 몰라도, 여러 헌법적 가치를 뒤로 물리며 정당을 해산시키는 결정을 뒷받침하는 ‘증거능력’을 갖춘 논리로 보기 어렵다.

물증없이 내부자료·발언 짜깁기
“목적숨긴 진보적민주주의” 판단
‘당 장악 주도세력’도 확정 안돼

민주질서 위배한다는 일부 모임
정당활동 자체로 볼지도 의문

해산결정 법익이 더 크다는 판단
“너희들 자체가 싫다는 의미” 지적도

■ ‘주도세력’은 누구인가

헌재는 진보당 강령이 당을 장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 ‘주도세력’에 의해 도입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를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또는 민혁당이 지도하는 조직의 조직원이었던 사람들이 장악한 경기동부연합·광주전남연합·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 및 이들과 이념적 지향점을 같이하는 당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도세력의 이념적 지향을 북한 추종이라고 판단했는데, 민혁당(97년 해산) 외곽조직, 실천연대(2000년 결성), 일심회 사건(2006년) 관련자들의 활동을 근거로 들었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재판관별 판단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재판관별 판단
■ 일부 문제로 조직 전체 없애도 되나

헌재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내란 관련 모임 참가자들은 경기동부연합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전쟁 발발시 북한에 동조해 국가기간시설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했다”며, 이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를 정당 자체의 활동으로 보는 문제에서도 역시 비약이 발생한다. 이 의원 등의 처벌 계기가 된 지난해 5월 ‘합정동 회합’ 참석자는 130여명에 불과하다. 진보당 당원 수는 10만여명,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만 3만여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모임 개최 경위, 참석자들의 당내 지위와 역할, 진보당이 전당 차원에서 이 의원을 옹호한 태도 등을 종합하면 이 모임은 진보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또 이 의원이 항소심에서 내란음모에는 무죄를 선고받고 내란선동 혐의에만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여전히 상고심에 계류중인데도 모임의 성격 등을 단정해 해산 결정 주요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등도 진보당을 위헌적 정당으로 판단한 하나의 근거로 삼았는데, 비슷한 일이 다른 정당에서도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외면했다. 헌재는 또 “정당해산 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익은 정당해산 결정으로 초래되는 정당 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부장판사는 “기본적으로 ‘너희들 자체가 싫다’라는 식의 판단이 아닌가 한다”며 “정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요소다. 정당해산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한 것이어서 가장 최후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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