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박대통령에 건의 전해져
김무성 “기회를 줘야 한다”
새정치는 찬반 의견 갈려
박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땅콩회항’ 여론악화로 미지수
김무성 “기회를 줘야 한다”
새정치는 찬반 의견 갈려
박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땅콩회항’ 여론악화로 미지수
연말연시 분위기에 맞춰 여권과 행정부 일부에서 수감중인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이나 내년 설 또는 3·1절 즈음을 겨냥한 ‘군불 때기’ 차원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엔 기업 투자환경이 더 나빠지는데다, 총수들의 수감으로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기업인 가석방 주장을 적극적으로 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5일 “최 부총리가 ‘가석방에 있어 기업인이라고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청와대에도 의견이 전달됐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고 말했다.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지만, 가석방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다.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 뜻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 내부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부터 ‘기업인 무관용 원칙’을 거듭 강조해온데다, 최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과 이로 인한 지지율 하락 등 박근혜 정부가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기업인 가석방’ 등의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등으로 재벌 오너 전반에 대한 여론 악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석방이 이뤄질 경우 대상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정도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법정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1년11개월째 복역중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9월 2심에서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기업어음 사기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엘아이지(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엘아이지건설 부사장도 대상이 된다.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이재현 씨제이(CJ) 회장, 병보석 상태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은 가석방 대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형을) 살 만큼 산 기업인들에게 경제를 살리는 데 노력하라는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5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기업 윤리에 대한 국민 잣대가 엄격해진 시점인데,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기업인 우대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나쁘다. 대개 정해진 형량의 70~80%를 살면 (가석방을) 해주는데 그 사람(기업인)들은 왜 안 해주는가”라며 “그것(기업인 가석방)이 ‘재벌 편드는 거냐’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는 등 야당 안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석진환 김경욱 김소연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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