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국회의사당에서 원내대표실과 행정실 등으로 쓰던 216호 사무실이 26일 오전 철거가 완료된 채로 텅 비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연말연시 정국 진단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통합진보당 해산 후폭풍…
내년에도 여전히 시한폭탄
박대통령에 대한 실망·분노로
보수 논객들 주문 절박하지만
청와대 위기감 안느껴져
대대적인 변화·쇄신 기대 가물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통합진보당 해산 후폭풍…
내년에도 여전히 시한폭탄
박대통령에 대한 실망·분노로
보수 논객들 주문 절박하지만
청와대 위기감 안느껴져
대대적인 변화·쇄신 기대 가물
저물어가는 2014년 연말 정국은 어수선하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과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두 개의 초대형 태풍이 한반도 상공을 아직 빠져나가지 않았다. 두 가지 사안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연말연시 정국 흐름을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짚어본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찌라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건의 실체에 해당하는 국정개입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 같다. 검찰의 중간수사발표는 1월 첫째주 정도로 예상된다. 국민들이 검찰의 발표를 믿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당장은 조용해지겠지만 정윤회·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흔적이 언제든지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시한폭탄인 셈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후폭풍도 내년으로 이어질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람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고발 사건이 초미의 관심사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해산 결정을 하면서 통합진보당 사람들에 대한 검찰의 과잉 수사를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권이 위기에 처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공안세력은 언제든지 공안몰이를 감행할 것이다. 역시 시한폭탄인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평판은 정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다. 평판은 논객들의 촌철과 여론조사로 나눌 수 있다.
보수 성향 논객들의 실망과 분노는 한계치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지도자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이제 그의 후손을 보며 맥빠진 표정들이다.”(송희영 칼럼)
“박근혜는 구중궁궐 속에서 부속비서관 2명만 데리고 고독한 여왕이 되어 있다.”(중앙시평, 김진)
“‘박정희를 떠올리고 박근혜를 찍은 것이 잘못’이라는 소리가 50대 이상에서 계속 나올 경우, 대통령은 영영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다.”(김순덕 칼럼)
요즘 보수 성향 기득권층 인사들의 송년 모임에 가보면 훨씬 더 험악한 소리가 서슴없이 나온다. “2년 동안 아무 한 일이 없다” 정도는 기본이다.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극언도 들린다. 유일한 반론은 “그래도 문재인을 뽑을 수는 없었다”는 한마디뿐이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는 30% 후반으로 확실히 주저앉았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미세한 반등 조짐이 있지만 흐름을 뒤집지는 못할 것 같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30%의 의미를 이렇게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지지층 25~30%를 기본으로 안고 있다. 자신이 만든 플러스 알파를 붙여서 그동안 40%대를 유지해 왔다. 30%대 추락은 플러스 알파가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뜻한다.”
기대에서 분노로, 또다시 분노에서 혐오로 넘어가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경제난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이반’, ‘비선개입 의혹으로 인한 신뢰 추락’ 등이 이어지며 2015년 가을쯤에는 지지도가 30% 초반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현 정국을 위기로 보고 있을까? 아닌 것 같다. 요즘 텔레비전에 비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전혀 없다. 청와대 사람들의 말과 표정에서 위기가 감지되지도 않는다. 위기가 아닌데 변화를 추구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매듭을 풀기 시작하면 그 파급효과는 온 나라에 퍼질 것이다.”(김대중 칼럼)
“그들은 박 대통령의 쇄신 장면을 기다린다.”(박보균 칼럼)
“인재를 잘 골라 적재적소에 임명하기 위해 조정 안팎에 널리 귀를 열었고 자주 궁 밖으로 순행을 나갔다.”(배인준 칼럼)
최근 보수 성향 논객들의 주문은 절박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주문을 공허한 것으로 평가한다.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다. 여권 내부의 관심은 정홍원 국무총리 교체 여부, 이주영 의원이 물러난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 정도에 머물러 있다.
국무총리 교체 여부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뿐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교체한다면 이완구 원내대표가 유력하다는 것이 여권 내부의 정설이다. 정권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는 “안대희 문창극 파동을 거친 뒤 총리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완구 원내대표 자신은 “5월까지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우선순위에는 4월까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 총리 교체보다 위에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의 수사 발표 뒤에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3인방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할 가능성은 있을까? 별로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검찰 수사에서 이들을 문책할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다.
그렇다면 인적교체를 통한 쇄신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정국을 어떤 카드로 열어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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