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추진 인사청문제도 개편안에 논란 계속
“의원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입막음하겠다는 뜻”
“의원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입막음하겠다는 뜻”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인사청문 제도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수첩·불통인사’로 인한 ‘인사참사’가 계속되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깜깜이 청문회’로 자격미달 인사를 정부의 핵심요직에 들이겠다는 발상이라고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인사청문제도 개편안은 미국이 모델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인사청문제도 개혁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장윤석 의원은 30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 의회에서도 (공직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업무능력 검증과) 분리해 상원에서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마련한 방안은 도덕성 검증 과정은 비공개로 하고 검증이 끝나면 검증 경과와 결과를 공개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여당이 발표한 인사청문제도 개편안은 국회 인사청문위원회에 도덕성심사소위원회를 두고, 공직후보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심사소위에서 하되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미국의 인사청문 제도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직후보자가 어떻게 낙점되고 검증되는지 불분명한 우리나라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국은 백악관대통령 인사실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 법률고문실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정부윤리처, 해당부처 윤리담당관실 등이 나서 통상 3개월 이상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작업을 벌인다. 철저한 사전검증 없이 단순히 미국의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 부분만 따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비교정치)는 “미국은 공직후보자에 대해 통상 3개월 이상 사전검증을 벌이고, 검증 항목도 재산, 납세, 병역 뿐만 아니라 신용도, 신뢰도, 편견, 성품, 학창 생활, 주민 이웃 여론 등 사적영역을 혹독하게 다룬다”며 “이런 사전검증을 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으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것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에 출연해 “6단계에 걸친 미국의 사전검증은 ‘도덕성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철저하지만, 우리는 ‘대통령의 수첩인사다’, ‘문고리 3인방의 폐쇄적인 밀실인사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전검증이 부실하다”며 “우리 현실에서는 도덕성 검증을 분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새누리당의 인사청문 개편안 가운데 도덕성 검증 자료를 국회의원이 유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입막음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했고, 언론에 인사청문 관련 언론보도 기준 마련을 요청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유신시대도 아니고 국회가 지침을 내려 언론보고 따르라고 하는 발상은 합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현행 인사청문회가 과도한 도덕성 검증과 ‘신상털이식’으로 흐르는 이유도 사전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사전검증이 부족하니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후보자가 나오게 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덕성 검증의 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며 “인사청문회를 정책청문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할 것이 아니라, 청문회에 나갈 사람을 선정할 때 사전에 도덕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공직후보자 인선과 검증 과정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청와대에서 인사추천과 검증을 하다보니, 제대로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직 후보자 추천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개방형 인사추천 제도를 신설하고, 청와대에서 주도하는 인사검증 외에도 특별감찰관제 등을 활용해 이중으로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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