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지난해 12월2일 밤 새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표결 처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예년보다 예산안 통과 빨라 ‘지역구 챙기기’ 열중
다가온 2016 총선 겨냥, 주민들 만나며 표 다지기
“송년주와 전쟁” “넓은 지역 다니느라 곡예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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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를 맞아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랑’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예년과 달리 내년 예산안이 일찌감치 12월초에 처리되면서 지역구에서 보낼 시간 여유가 생긴 덕분이다. 여야가 2016년 총선에서 지역 민심을 중시하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의원들을 지역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송년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달 초부터 주중·주말 가릴 것 없이 지역구에서 매일 저녁마다 7~10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꽉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오후 6시부터 각 단체의 송년회, 정기총회, 임원 이·취임식 등을 돌고나면 자정을 훌쩍 넘기도 한다고 했다. 여야의 대치 속에 언제 예산안이 처리될지 몰라 1월초까지 국회에서 비상대기하던 지난해와 크게 달리진 풍경이다. 그는 “12월에는 과거처럼 ‘번개’가 아니라 계획에 따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효과적이었다”며 “법안 표결 없이 대정부질문이 있는 본회의에는 빠지기도 했는데, 본회의장에 계속 앉아있는 의원들을 보면 솔직히 ‘지역구 관리에 신경 안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라고 했다. 1월 말까지는 지역구에서 세배를 다니고 각종 신년회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연말·연초는 원래 국회의원들에게 그간 의정활동으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시기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더하다. 2016년 총선까지 1년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데다, 정치권에서 상향식 공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으로 후보자를 뽑으면 당 지도부의 입김은 줄어들고 당원과 일반 주민의 뜻이 중요해진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라 지역구 다지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도 “오히려 본선(총선)이 어려운 수도권·충청지역 의원들보다 예선(공천)에서 피튀기는 영남지역 의원들이 상향식 공천에 더 민감해 한다”며 “영남지역 의원들은 지역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중적으로 지역구를 챙길 때 생기는 고충을 토로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1년 전엔 국회에 밤낮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올해 갑자기 시간이 많이 나니까 마치 연말정산 환급금이 기대 이상 많이 나와 뭘 해야할지 모르는 기분 같다”면서도 “지난해까지 예산전쟁을 벌였다면 올해는 송년주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룻밤에 곳곳에서 벌어지는 송년회에 참석해서 술 한잔씩 돌려도 엄청난 양을 마시게 됐다”고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또다른 새누리당의 초선 의원도 “하루에 10개 넘는 마을을 다니며 막걸리를 얻어먹느라 벌써 3㎏이나 쪘다”며 “넓은 지역을 한 군데라도 더 가려고 (보좌진이) 곡예운전을 할 때면 아찔하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그간 예산 따기에 매달려서 3500억원 가량 확보했는데, 이를 주민들에게 설명하느라 힘들어도 재미가 있다”고 했다.
입법 실적이나 예산 확보 등 의정활동의 성과를 홍보하는 연초 ‘의정 보고’ 대회 준비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예년엔 1월초에 지역구 예산이 확정되면 1월 중순이나 말까지 자료를 만들어 설 전후로 행사를 가졌지만, 올해는 시기는 앞당겨지고 대상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소속 재선 의원은 “올해도 지역구에 있는 17개 동에서 한 번씩 17번의 의정보고회를 하려고 한다”며 “특히 올해는 여력이 되면 아파트단지나 경로당으로 세분화해서 행사를 하려고 하는데, 경로당만 200개가 넘어서 고민중”이라고 했다.
서보미 이유주현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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