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장을 제출한 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 어디에서도 헌재가 국회의원 자격을 심사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연, 이상규, 오병윤 전 의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헌재 결정 재판한 전례 없어
승소 가능성 높지 않아
승소 가능성 높지 않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의원직 상실 결정은 당연무효”라며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을 재판 대상으로 삼지 않아온 법원의 기존 태도에 비춰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미희·오병윤·이상규·김재연·이석기 전 의원은 소장에서 헌재가 헌법과 법률의 규정이 없는데도 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애초 1962년에 개정된 헌법에는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그 뒤 헌법 개정 때 삭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또는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둘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을 때 퇴직된다”는 규정만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의적 탈당 등을 한 경우에만 의원직이 상실되며, 당 해산 시 지역구 선출 의원을 어떻게 하는지는 규정이 아예 없다. 전 진보당 의원들은 “헌재가 법령 규정에 없는 것을 창설해 다른 국가기관, 특히 국민에 의해 구성된 입법부를 통제한다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을 근간에서부터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헌재 결정을 재판 대상으로 삼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울행정법원은 2005년 헌재 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에서 “행정소송 대상은 행정기관의 ‘처분’인데, 헌재 결정은 행정청의 처분이 아니어서 소송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2008년에도 헌재 결정은 소송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따져볼 필요도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헌재가 아니라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소송을 낸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의원직 상실 통보는 행정청의 처분이 아니라 헌재 결정에 뒤따르는 후속 조처여서, 사정이 다르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헌법재판의 결과를 법률 적용·해석 기관인 법원이 뒤집을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소송 대상이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의원직 박탈 근거가 된 헌재 결정을 법원이 뒤집는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진보당을 해산시키면서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까지 박탈했다. “해산되는 위헌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하면 위헌적 정치이념을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는 활동을 허용해 실질적으로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중앙선관위는 진보당의 등록을 말소하고, 국고보조금 압류와 재산 동결 조처를 취했다. 김 전 의원 등에게는 ‘국회의원 자격 상실에 따른 회계보고 안내문’을 보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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