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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뒷돈 받고 공금 유용까지…남은 사업비로 전직원에 TV 돌려

등록 2015-01-20 22:18수정 2015-01-21 10:01

[탐사 기획/MB ‘31조 자원 외교’ 대해부]
28억 챙기다 적발된 석유공사 소장
골프장 법인회원권 가족끼리 사용
공기업, 이사회 승인 없이 상품권
기준 어기고 성과급 나눠갖기도
“공기업 경영진은 자기 임기 중 감사로 문제만 안 터지면 된다고 본다. 직원 대부분도 (정부의) 기관평가 잘 받고 그래서 성과급 잘 받으면 된다는 거다.”

해외자원개발사업 전선에 섰던 한 에너지 공기업 고위 임원이 20일 <한겨레>에 던진 푸념이다. 공기업들은 탐사·개발·생산에 걸쳐 여러 ‘공익’ 사업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직접 이득이 된 ‘돈맥’만은 놓치지 않았다.

석유공사의 류아무개(당시 1급)씨는 카자흐스탄사무소 법인장을 맡던 2011년 4월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매입했다. 공사 예산 2700만원가량을 사용했다. 본사 승인 사항이지만 무시했고, 회원권 사용 대장도 만들지 않았다. 1년이 더 지난 뒤의 기관 자체감사 결과, 류 소장은 6개월 남짓 만에 가족과 함께 모두 20차례(18홀 기준) 골프를 즐긴 사실이 확인됐다. 한달 평균 세 차례 이상이다. 공사는 류 소장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막상은 포상 실적을 이유로 견책만 줬다.

류 소장은 이듬해 3월 구속된다. 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석유회사인 숨베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지 사무소장 신분으로 한 퇴직 동료와 함께 28억원가량을 챙기다 적발(<한겨레> 1월19일치 3면)된 탓이다. 2011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등을 대동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도 류 소장이 현지 책임자였다.

개인 비리나 도덕적 해이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자원외교’라는 거대한 물줄기에 다들 떠 있었기 때문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카자흐스탄은 ‘이명박 자원외교’의 주요 거점이었다. 자원외교 총리를 자처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2008년 5월 방문한 이래, 이명박 대통령이 세 차례(2009·2011·2012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 차례(2010년) 방문해 ‘자원’을 외치던 나라다. 공기업들이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비리도, 돈잔치도 이 줄기에서 배양된 셈이다.

정작 사업 결과는 초라했다. 무분별하게 해외사업을 사들이며, 가령 자산이 2007년 12조6000억원에서 2013년 43조7000억원으로 3.5배 커진 가스공사는 부채 또한 228%에서 389%로 커졌다.

공사들은 돈잔치를 위해 규정도 어겼다. 가스공사는 전년도 월평균 기본급이 성과급 기준이라는 규정을 어기고, 전년도 12월치 기본급을 기준으로 삼아 2012~2013년에만 5억9258만원의 성과급을 더 나눠 가졌다.

석유공사는 영국 다나사를 인수한 2010년 말부터 남은 사업비로 전 임직원 1025명에게 엘이디(LED) 티브이와 노트북을 ‘쐈다’. 13억원가량을 썼다. 이 돈들은 복리후생비로 쓸 수 없는 예산인데도 회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강영원) 사장 결재로 집행했다. <한겨레> 확인 결과 비정규직은 티브이도, 노트북도, 상품권도 받지 못했다.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공사들은 현지 파견 직원들의 어학 지원비나 통화비도 과다하게 지원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이처럼 쓸 수 없는 돈들이다. 대기업 소속으로 아시아 자원개발 사업차 파견 나가 있는 한 직원은 “공기업은 돈 번 사례가 거의 없지만, 우린 자원개발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사기업들은 돈이 안 되는 사업은 쳐다도 안 본다”며 “사업 명분이나 내용, 씀씀이도 다르다. (공기업들이 이라크 정부 등에 지급한 대가의 일부인) 서명 보너스도 관례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사기업은 운명을 건다. 에스티엑스(STX)는 조선소, 자원개발 사업 실패 등을 거듭하다 끝내 법정관리에 내몰려 있다.

일본은 무리한 투자로 2조엔에 이르는 손실을 발생시킨 석유공단을 2004년 해체해버렸다.

임인택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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