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성폭행 문제’ 어이없는 진단
뒤늦게 “알고보니 외박 나가”
“하사 아가씨” 여군비하 표현도
뒤늦게 “알고보니 외박 나가”
“하사 아가씨” 여군비하 표현도
군 기무사령관(중장) 출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 송영근(68) 의원이 29일 최근 육군 여하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여단장을 두고 “40대 중반의 나이에 외박을 거의 안 나가서 성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송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가고 가족도 거의 매달 안 들어왔다(고 한다)”며 “이게(여단장)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성적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측면을 우리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여단장(대령)의 중대한 범죄 행위가 외박과 면회가 부족한 군대의 구조적 문제에서 일부 비롯됐다고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송 의원은 “전국의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번씩 정상적으로 나가야 할 외박을 제때 나가지 못해서 가정 관리가 안 되고, 본인은 그런 개별적인 어떤 이런 그 섹스문제를 포함해서 관리가 안 되는 이런 것들이 이런 문제(부하 성폭행)를 야기시킨 큰 원인 중의 하나로 되는 것 아니냐”며 군 차원의 ‘지휘관 성생활 관리’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송 의원은 “어제 여단장 문제 나왔을 때 그 하사 아가씨가 옆에 (있어서) 아가씨한테 이야기했다”며 여군 하사관을 ‘하사 아가씨’로 표현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방부로부터 ‘여단장이 한번도 외박을 안 나갔다’고 구두첩보를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통상적으로 (외박을) 다 나갔더라”며 “제가 잘못된 거(첩보)를 가지고 조금 과장되게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지휘관들이 전방에서 지휘하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한 달에 한 번씩 외출해서 (성적인 우울감을 포함해) 전반적인 디프레스(우울감)를 풀고 다시 릴렉스(휴식)해서 들어올 수 있는 병영 (문화)로 가야하지 않겠나”고 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송 의원 쪽은 보도자료를 통해 “38년간 군 생활을 거쳐 온 선배로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며 “‘하사 아가씨’는 의도가 있는 발언이 아니었지만 부적절한 표현으로 국가 안보에 매진하고 있는 모든 여군 부사관들의 마음을 불편한 점에 대해 간곡히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회의원이 고통스러운 우리의 여군에게, 또 국민들에게 언어폭력을 휘둘렀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국회의원은 사퇴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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