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이판에서 여행을 마치고 30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북·중·미 관련 많이 뺐다” 해명도
세종시 둘러싼 청와대 유감에
“정밀하게 읽으면 오해 풀릴 것”
세종시 둘러싼 청와대 유감에
“정밀하게 읽으면 오해 풀릴 것”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은 30일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자화자찬”, “민감한 남북관계를 여과 없이 폭로” 등의 비판이 쏟아지자 적극 변호에 나섰다. 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반발하는 데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해명에 여전히 자의적 측면도 포함돼 있어,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회고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회고록의 폭로 내용이 남북관계나 대외관계에 악영향를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이나 다른 나라 정상의 회고록을 보면 굉장히 상세하고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또 이번 회고록에서는 북한이나 중국, 미국 관련 부분은 완전 노출되면 곤란하다고 생각되는 많은 부분을 뺐다”고 해명했다. 외국 정상들의 회고록 내용과 비교해 보면,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 집필 작업에 참여한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원장(전 문화부 장관)은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비사를 카터나 클린턴 등이 냈는데, 외교 상대방을 자극하는 내용은 극히 조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에서도 서로가 지킬 것은 지켜야지, 돈을 얼마 요구했다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김대중 대통령도 자서전을 집필하면서 외교 관계까지 다 검토해 예민한 부분을 제외하고 포괄적으로 기술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또 이번 회고록이 박근혜 정부에 오히려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남북관계 등 대외정책을 실무 총괄했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는 이날 한 방송에서 “과거에 북한이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시도를 했는데, 그렇다면 이것을 참고하면 훨씬 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완전한 실패라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도 없다”며 “이렇게 남북 비밀접촉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그나마 이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가느다란 실마리라도 만드려는 것에 훼방 놓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집권 시절 북한의 ‘갑질’을 고치려고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두우 전 수석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며 “다만 과거와 같이 정상회담 조건으로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갑질하는 태도를 고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어느 나라나 회담을 하며 최고의 이익을 얻기 위해 압박하고 협상하는 것이다. 그것을 못 봐주겠다, 고치겠다고 경직되게 접근하면 협상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또 “원칙을 지켰다는데, 연평도 포격 등 한반도 상황 관리도 제대로 못했으면서 무슨 원칙을 얘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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