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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 대통령 “국정원 개편” 2년 지났는데 감감무소식

등록 2015-02-10 21:42수정 2015-02-10 21:44

2007년 국정원 성찰보고서
“정치개입은 민주주의 위협” 반성했지만
남재준 전원장때 노골적 정치개입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까지

재판부 “민주적 통제장치 미흡” 지적
국정원 언제든 정치적 악용 가능성
지난 9일 공개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개입 사건으로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추락했으며, 그동안 국정원이 추진하겠다던 개혁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준열하게 꾸짖는 대목도 눈에 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참여정부 때인 2007년 국정원이 작성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국정원은 이 보고서에서 “정치 영역에 대한 국가정보기관의 개입은 국가권력과 정책에 국민 의사가 반영되는 과정을 왜곡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단언했다. 또 국정원은 “무엇이 국가의 적인지가 정보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지고, 이에 대한 사찰, 감시, 통제가 따른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든 권력집단에 의해 왜곡되고 무력화될 수 있다”고 스스로 경계하기도 했다.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은 존립 근거를 스스로 훼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런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스스로 만든 거울 앞에서, (자신들의) 사이버 활동의 적법성과 (이런 활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해될지 따져보았는지 극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국정원장 징역형 등 과거의 불행이 거듭되는 이유로 “밀행성 및 비밀 유지라는 정보기관의 특성 탓에 민주적인 통제 제도가 미흡했거나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재판부가 지적한 이런 취약한 통제 시스템은 현 정부의 국정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8월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언급하며 “국정원 조직개편 등이 이미 시작됐으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껏 국정원이 어떻게 개혁됐는지, 또 어떤 통제장치가 마련됐는지는 보안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 들어서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고 할 만한 일들이 초반부터 노골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대선개입 사건 논란이 한창일 때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여론은 “대선개입 사건을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으로 덮으려는 노골적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지만, 남 전 원장은 오히려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공개했다”는 황당한 논리로 맞섰다. 그에겐 정보기관의 명예가 국익이나 민주주의보다 중요했던 셈이다.

이후 남 전 원장이 교체되고 지난해 7월 취임한 현 이병기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정치개입이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겠다”고 밝혔다. 그 뒤로 여태껏 별다른 정치개입 논란이 겉으로 불거진 바 없다. 하지만 정보기관이 언제든 정권의 부침이나 수장의 성향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재판부의 지적대로 정부와 국회가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데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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