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문재인 당대표
“최고위원 상의도 없이 지명
이런 식이면 신뢰 안 쌓여”
이런 식이면 신뢰 안 쌓여”
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만나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회동 뒤 두 사람은 ‘당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박 전 원내대표는 문 대표에게 한 ‘쓴소리’들을 그대로 공개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문 대표는 회동 뒤 만난 기자들에게 “박 전 원내대표가 당 살리는 데 함께 돕겠다고 하셨다. 대북송금 특검, 경선 룰 변경 등에 대해 약간의 조언을 해주셨다”고 대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 자리를 떴다. 문 대표가 떠난 뒤 박 전 원내대표는 따로 기자들과 만나 수첩을 꺼내들고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전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시절의 대북송금 특검 문제와 경선 막판에 이뤄진 경선 규칙 변경에 대해 “문 대표의 대권가도 성공을 위해서라도 (국민에게) 제대로 사과나 해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박 전 원내대표가 문 대표에게 불만스러워했던 대목은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이라고 한다. 박 전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대표가 지난 10일 전화통화에서 ‘호남을 적극 배려하는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오늘 만나기 전에 이미 지명직 최고위원 인사를 끝냈더라”며 “이렇게 하면 신뢰가 안 쌓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원내대표는 4·29 재보선을 앞두고 광주서을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고 한다. 특히 탈당과 재보선 출마설이 오가고 있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박 전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천 전 장관을 끌어안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사분돼 있는 광주가 사분오열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내대표가 문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그대로 공개한 이유는, 이번 전대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뚫고 근소한 표차(3.5%포인트)로 패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당 운영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유주현 이승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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