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출범 직후 문재인 대표와 ‘신경전’을 벌여온 정청래 최고위원이 14일 문재인 대표와 ’시간차’ 호남 행보를 보였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승용·전병헌·오영식·유승희 최고위원과 광주 망월동 5·18묘역을 참배했다. 양승조 사무총장, 강기정 정책위의장, 대변인단 등 주요 당직자들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유독 정청래 최고위원의 얼굴만 보이지 않았다. 전날 전남 진도로 내려온 정 최고위원은 광주에 가지 않고 진도군청에서 출발해 팽목항까지 걷는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도보 순례를 해야 했기 때문에 광주로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약했고, 세월호 특별법 타결을 촉구하며 같이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기도 했던 정 최고위원이 문 대표와 서먹해진 것은 지도부 출범 첫날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묘지를 참배한 것을 놓고 정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대인의 학살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그 학살 현장이나 히틀러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고, 천황의 묘소에 가서 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내에서도 너무 거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 최고위원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대포’가 되겠다고 했는데 왜 우리 편 후방을 향해 탄환을 날리냐”고 꼬집기도 했다.
급기야 문 대표도 정 최고위원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정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세월호를 잊지 맙시다”라며 “14일 오후 팽목항에서 열리는 세월호 인양 촉구 범국민 대회’에 문 대표도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우선 저는 토요일(14일)에 팽목항을 방문할 계획이고 가능하다면 유족 협의회와도 만나는 자리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범국민대회에 참석할 거라는 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대표 뿐만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대외 행사에 참여하면 당을 대표한다는 식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행사 참여 전에) 당내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개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성 일침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정 최고위원은 14일 낮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도보순례를 했지만, 문 대표가 팽목항에 도착하는 오후 4시 이전에 진도를 떠났다. 정 최고위원은 “개인 일정이 오후에 잡혀 있어 중간에 도보 행진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유주현 기자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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