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식을 마친 정홍원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후임들 낙마로 2년 장기 총리 재임
“세월호 참사 뼈아픈 교훈 삼아야”
“세월호 참사 뼈아픈 교훈 삼아야”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16일 마침내 ‘총리직 내려놓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10달여 만이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보다 조금 앞선 오후 3시에 이임식을 하고 2년간의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임사에서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작년 4월16일을 저는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그동안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 전 총리는 민간인으로 돌아가기까지 여러 고비를 겪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안고 떠나려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후임 총리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하는 바람에 유임에 유임을 거듭했다. 안대희 후보자와 문창극 후보자가 줄줄이 자진사퇴한 데 이어, 이번에도 이완구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국회 인준이 늦춰지면서 정 전 총리의 재임기간도 계속 연장돼 왔다.
정 전 총리는 이미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앞으로 내각은 신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대통령님을 잘 보좌해야 하겠다”라며 마지막 당부까지 남겼다. 또 이임식도 애초 이완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날짜인 12일 하기로 했으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16일로 미뤄지면서 이임식도 연기됐다. 이날도 국회 표결 결과에 따라선 이임식을 먼저 하고도 결국 퇴임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예기치 않게 장기 재임 총리 반열에 오른 그의 사연은 각종 패러디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장 총리는 전임인 김황식 총리로, 2년 148일을 총리로 지냈다. 2013년 2월26일 임기를 시작한 정 전 총리는 역대 4위로 2년에서 10일 모자란다. 역대 2, 3위를 기록한 이한동·강영훈 총리를 거의 따라잡을 뻔 했다. 이런 정 전 총리를 누리꾼들은 ‘생존왕’, ‘불멸의 총리’ 등으로 부르면서, 사퇴하고도 사퇴하지 못하는 정 총리를 통해 현 정부의 ‘인사 참사’를 꼬집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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