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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당까지 반란…상처뿐인 ‘반쪽 총리’

등록 2015-02-16 20:01수정 2015-02-16 22:20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 결과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 결과
이완구 인준 ‘찬성 148-반대 128’
새누리 최소 7명 반대표 던져

‘총리 권한 행사’ 호언했지만
내각 이끌어갈 동력 상실
“대통령에 직언, 돌파구 삼아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16일 재적의원 295명 가운데 281명이 참석한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임명동의안 투표에는 새누리당 155명, 새정치민주연합 124명, 무소속 2명이 참석해 여당에서도 최소 7표 정도의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소속 의원 5명은 전원 불참했다.

신임 이 총리는 야당의 참여로 여당 단독 표결에 따른 ‘반쪽 총리’ 꼬리표는 달지 않게 됐으나, 찬성률이 52.7%로 간신히 절반을 넘어선 사실상 ‘반쪽 총리’나 다름없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임명된 총리 가운데 김대중 정부의 이한동 총리(51.1%) 다음으로 낮은 찬성률이어서 ‘턱걸이 총리’라는 말도 나온다. 이한동 총리 당시는 여소야대 상황이었고, 지금은 여대야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타격은 그때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장담했던 ‘책임총리’로서 내각을 힘있게 이끌 추동력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줄을 서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투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줄을 서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투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연정 배재대 교수(공공행정학과)는 “행정부의 정책을 조율하고 청와대와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총리가 각종 의혹에 따른 비판 여론으로 의지를 갖고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투기 의혹, 차남 납세의무 회피 의혹, 언론사 외압 의혹 등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부 안에서도 영(명령)이 제대로 안 서고, 국민들도 이 총리를 여전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도 “이 총리가 인준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입으면서 소통총리,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달 23일 국무총리로 내정된 직후 언론 등을 통해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총리가 되겠다”,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겠다” 등 책임총리로서의 의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청와대가 인사권을 다 행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총리를 그만두겠다”고 호기롭게 말하기도 했다.

당청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보았던 이 총리의 여당 내 입지도 줄어들어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여당은 이번 총리 인준 과정에서 ‘단독 표결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배수진을 치며 적극적으로 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당과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할 총리로서는 여당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보은해야 할 위치에 놓였다. 총리가 청와대는 물론 당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신임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총리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곧바로 국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임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총리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곧바로 국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가 ‘허수아비 총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총리 지명 뒤 밝힌 첫 일성대로 ‘대통령에게 고언하는 총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부터 표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표결 절차에 대해 당사자(이 총리)께서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창렬 교수는 “이 총리가 현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 약속대로 총리로서의 선명성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당 중진 의원도 “이 총리가 지명 직후 한 말대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하고 야당도 존중하며 총리직을 해야, 본인도 살고 당도 살고 청와대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청와대는 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미 17일 개각을 한다고 사실상 밝혔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총리의 역할을 바랄 수 있겠나. 대통령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여야의 표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인준안이 통과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준안 통과 직후 “다행이다”라는 말로 초조했던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는 17일 후속 개각과 비서실장 등 내부 인사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총리는 17일 오전 10시 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김경욱 석진환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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