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석비서관회의서
“그걸 먹고도 경제가 꿈틀꿈틀
좋은 상태서 먹었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참석 안해
“그걸 먹고도 경제가 꿈틀꿈틀
좋은 상태서 먹었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참석 안해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을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하며 법안 처리를 반대해온 야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운을 뗀 뒤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인데, 그것을 그냥 먹고도 경제가, 부동산이 힘을 좀 내가지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 거래도 많이 늘어났다. 불어터지지 않고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가 이런 불어터진 국수를 먹고도 힘을 차리는구나, 그래서 앞으로는 제때제때 그런 것을 먹일 수 있도록 좀 중요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통과가 (돼야 한다)”며 “지금 1년 넘은 것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다 힘을 합해 통과시키고 우선 경제를 살리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9월에 내놓은 부동산 3법이 지난해 말에야 통과되는 등 경제 관련 법안을 늦게 처리한 것이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으로, 야당이 2월 국회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이른바 ‘경제활성화 11개 법안’의 통과를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주택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심리 때문이지, 부동산 3법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불어터진 국수’를 먹어서 힘이 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이날 ‘불어터진 국수’ 발언에 대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비유요, 무책임한 현실 인식”이라며 “부동산 3법 덕택에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미친 전셋값’에 속이 바싹 타들어가는 세입자들을 두번 울리고, 구호뿐인 경제활성화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절을 견디고 있는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사의를 밝힌 김기춘 비서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24일 후임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할 전망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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