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남은 문제 뭔가
여야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의 청렴 문화를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애초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포함시키기로 합의함에 따라 수사기관의 권한이 무제한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언론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남발해온 정부가 이 법을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생활 감시 법적 근거 생겨
수사기관 권한 남용 가능성” 은행·방산업체·30대 기업 등은
공공성 영역인데도 적용 안돼 2일 여야가 합의한 김영란법을 보면, 그동안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취지는 좋으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까지 법 적용 대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지금도 무소불위인 검찰권력 등 수사기관의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경찰의 자의적인 법 적용 가능성도 높고 수사 권한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교수(법학)도 “이 법에 근거해 정부가 언제든지 권력행사를 위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경찰권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항시적으로 국민의 생활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게 돼, 반국가사범이나 정적 제거를 위해 이 법이 이용될 수도 있다. 자칫 우리 사회가 경찰국가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법기관들이 편파 수사 의혹 등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현실 때문에 나오는 우려다. 언론 자유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언론사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이어온 정부가 이 법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언론의 공적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이 법 위반 혐의로 비판적 언론기관 내부의 자료를 압수하고 종사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며 “나중에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런 과정에서 언론기관이 취재와 보도 활동을 적절하게 할 수 없게 돼 언론 자유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기 창원대 교수(법학·전 한국헌법학회장)도 “형법상 명예훼손은 본인의 고소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수사기관이 알아서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하는 등 수사기관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권력이 비판언론에 보복성 길들이기로 이 법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에 언론인은 반드시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공공성을 가지는 민간부문의 다른 영역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도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공적기능 영역 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병원 등 의료시설 관계자를 비롯해 정부 시책에 발맞춰 사업을 입안하는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 또 방산업체 등 기업체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대기업등의 경우도 이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김주영 명지대 교수(법학)는 “기업 부문 가운데 대기업과 하청기업 관계처럼 공공성이 강조되는 영역에서의 부정청탁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하어영 기자 dash@hani.co.kr
수사기관 권한 남용 가능성” 은행·방산업체·30대 기업 등은
공공성 영역인데도 적용 안돼 2일 여야가 합의한 김영란법을 보면, 그동안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취지는 좋으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까지 법 적용 대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지금도 무소불위인 검찰권력 등 수사기관의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경찰의 자의적인 법 적용 가능성도 높고 수사 권한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교수(법학)도 “이 법에 근거해 정부가 언제든지 권력행사를 위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경찰권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항시적으로 국민의 생활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게 돼, 반국가사범이나 정적 제거를 위해 이 법이 이용될 수도 있다. 자칫 우리 사회가 경찰국가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법기관들이 편파 수사 의혹 등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현실 때문에 나오는 우려다. 언론 자유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언론사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이어온 정부가 이 법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언론의 공적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이 법 위반 혐의로 비판적 언론기관 내부의 자료를 압수하고 종사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며 “나중에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런 과정에서 언론기관이 취재와 보도 활동을 적절하게 할 수 없게 돼 언론 자유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기 창원대 교수(법학·전 한국헌법학회장)도 “형법상 명예훼손은 본인의 고소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수사기관이 알아서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하는 등 수사기관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권력이 비판언론에 보복성 길들이기로 이 법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에 언론인은 반드시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공공성을 가지는 민간부문의 다른 영역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도 논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공적기능 영역 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병원 등 의료시설 관계자를 비롯해 정부 시책에 발맞춰 사업을 입안하는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 또 방산업체 등 기업체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대기업등의 경우도 이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김주영 명지대 교수(법학)는 “기업 부문 가운데 대기업과 하청기업 관계처럼 공공성이 강조되는 영역에서의 부정청탁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하어영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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