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취임 뒤 첫 담화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선언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4일 취임 뒤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도 공무원 기강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바 있어, ‘부패 척결 드라이브’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취임 이후 국정 현안을 파악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며 “국정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고질적 부정부패와 흐트러진 국가기강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 내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고질적인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업이다.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검찰과 경찰 등 법집행기관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의 사례로 △방위사업과 관련한 불량 장비·무기 납품 및 수뢰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한 배임과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개인의 사익을 위한 공적 문서 유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다만, 이 총리가 제시한 사례 가운데 방산 비리와 자원외교 등과 달리 부패와 연관짓기 어려운 ‘공문서 유출’이 들어간 것은, 지난해 말 불거진 이른바 ‘정윤회 사건’을 염두에 둔 ‘공무원 겁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담화에 배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사실 기밀 유출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화 50분 전 기자들에게 배포된 이 총리 담화문 초안에는 ‘부패와의 전면전’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담화문 발표 때는 빠져,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초안에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합니다”, “저는 ‘부패와의 전쟁’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완수하고자 합니다”라는 구절이 담겨 있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직접 뺀 것으로 안다”며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너무 세다고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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