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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지역경제 살리기’ 깃발든 여야…4·29보선 이례적 ‘정책대결’

등록 2015-03-31 20:46수정 2015-04-08 23:50

새정치 전통적 ‘심판론’ 대신
‘유능한 대안 야당’ 전략
굵직한 ‘10대 공약’ 발표
새누리도 ‘민생·경제’ 앞세워
‘지역 맞춤 공약’으로 맞불
‘새줌마, 우리 동네 부탁해’ 슬로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4·29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함께 공약발표회를 열어 지역 살림꾼이 되란 뜻으로 입혀줄 앞치마와 두건을 먼저 입은 뒤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안상수 후보, 김 대표, 신상진 후보.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4·29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함께 공약발표회를 열어 지역 살림꾼이 되란 뜻으로 입혀줄 앞치마와 두건을 먼저 입은 뒤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안상수 후보, 김 대표, 신상진 후보.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29 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1일, 여야가 동시에 선거 공약을 발표하며 치열한 ‘정책 대결’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금까지의 재보선이 특별한 아젠다 없이 야당의 ‘정권심판론’과 이에 맞서는 여당의 ‘힘있는 정부론’ 구도로 치러졌던 점에 견줘보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소득주도 성장’, ‘조세정의 실현’, ‘일자리형 복지 확충’을 재보선 3대 정책으로 발표했다. ‘최저임금 8000원으로’ 인상, ‘재정투입 일자리 매년 10만개’ 신규창출 등 가계소득을 올리는 방안들이 10대 공약에 주로 포함됐다.

문재인 대표 취임 뒤 밀어붙이고 있는 ‘유능한 경제정당’ 구호에 따른 굵직한 아젠다들이다.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정책과 공약으로 읽힌다. 전통적인 야당 선거 전략인 ‘심판’보다 현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는데 무게를 둔 것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다는 공약을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맨 왼쪽)가 31일 오전 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인천 서구을 선거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해, 이 지역 신동근 후보와 함께 학부모들이 마실 커피를 나르고 있다.  
 인천/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맨 왼쪽)가 31일 오전 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인천 서구을 선거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해, 이 지역 신동근 후보와 함께 학부모들이 마실 커피를 나르고 있다. 인천/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역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는 새누리당은 지역경제에 초점을 맞춘 ‘지역 맞춤 공약’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런 전략은 재보선 때마다 정권심판론이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이 전통적으로 써오면서 톡톡히 성과를 봤던 방식이다. 이번에는 ‘민생·경제 지역공약’으로 좀더 특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이 당사에서 연 재보선 공약발표회를 보면 ‘경제정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새누리당의 이번 보궐선거 슬로건은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였다. 새줌마는 ‘새누리당 아줌마’의 줄임말로 최근 <티브이엔>(tvn)에서 방영된 ‘삼시세끼’의 살림꾼 역할을 맡은 배우 차승원씨의 별명 ‘차줌마’를 따라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와 당직자들은 각 지역 후보와 함께 ‘경제는 새누리’라고 적힌 빨간색 앞치마와 두건을 두르고 고무장갑을 끼며 ‘차줌마’를 흉내내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역 일을 집안일처럼 생각하는 그 (엄마의) 마음, 아줌마 같은 단단한 내공과 실천력을 갖춘 우리 후보에게 지역을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재보선 정책 대결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체제로 들어선 야당이 ‘싸우는 야당’으로는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안 야당’ 전략을 취하고, 여당도 여기에 경쟁이 붙으면서 (여야가 재보선에서 정책으로 다투는) 매우 드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며 “여기에는 (여야 지도부가) 이번 선거를 정치적으로 판을 키우지 않고 지역선거로 치르면서 그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이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물러난 이후 치러진 ‘무상급식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치열한 정책 아젠다 대결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당이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아젠다로 이기려면 아젠다 뿐 아니라 (이를 찬반 구도로 만드는) 전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야당에 그런 실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이번 선거에서 패하면 야당은 아젠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년 총선에서는 다시 옛날 방식인 정권심판론 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이승준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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