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공공기관 임원 중 ‘관피아’는 줄고 ‘정피아’는 약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개혁의 대상이 됐던 ‘관피아’는 줄었지만, 이 자리를 정치권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5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실이 공공기관 300곳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기관장·감사 397명 중 118명(29.7%)이 ‘관피아’로 분류됐다.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는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일컫는 말이다. 공공기관의 독립성 훼손과 정부 부처와의 유착 관계같은 폐단이 드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기관장·감사 397명 중 관피아가 161명(40.6%)에 달한 것과 견주면, 1년 사이 43명(26.7%)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직위별로 보면 기관장은 세월호 사고 이전 115명에서 91명으로, 감사는 46명에서 27명으로 줄었다.
관피아가 줄어들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됐다. 1년 동안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141명 중 관피아로 분류된 인사가 18명(12.8%)이었다.
정피아는 약간 늘었다. 정피아는 정치인과 마피아의 합성어로 국회의원이나 의원 보좌관, 정당 관계자 같은 정치권 출신 집단을 의미한다. 세월호 사고 당시 공공기관 임원 397명 중 정피아는 48명(12.1%)이었으나 올해 3월 말에는 53명(13.4%)으로 증가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사장이 된 곽성문 전 의원과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등이 정피아 인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임명된 정치권 출신 기관장은 7명, 감사는 12명으로 조사됐다. 감사로 임명된 정치권 인사가 많은 것에 대해서는 전문성 부족으로 책임이 큰 기관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자리를 맡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부처별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를 분석해보니 관피아는 농림축산식품부, 정피아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많았다. 농림부는 산하기관 임원 12명 중 7명(58.3%)이 관피아로 분류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기관 임원 62명 중 정치권 출신이 14명(22.6%)으로 정피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라는 구조적 적폐 구조를 어느 정도 깬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자리를 정치인이나 교수가 대체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 낙하산 문제는 개별 기관이 적절한 인물을 뽑을 수 있도록‘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정신을 철저히 지키는 것에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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