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동교동계 못 끌어안는 문재인 리더십 위기

등록 2015-04-05 19:48수정 2015-04-05 21:4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와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의 정동영 예비후보(왼쪽)가 5일 낮 서울 관악구 서원동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각각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와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의 정동영 예비후보(왼쪽)가 5일 낮 서울 관악구 서원동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각각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 대표-권노갑 회동 불발
동교동계와 해묵은 앙금 털고
4·29 보선 지원 이끌어내야
새정치민주연합이 5일 당대표 일정으로 오전 9시 국회 대표 회의실에서 ‘원로와의 대화’를 한다고 발표한 것은 4일 오후 5시28분이었다. 밤 10시9분, 일정은 ‘상임고문과 최고위원 간담회’로 바뀌었다. 그리고 간담회 시작 38분 전인 5일 아침 8시22분, 갑자기 “금일 당대표 일정 중 9시 상임고문과 최고위원 간담회는 취소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다급하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애초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세 분과 당대표가 만나기로 했으나 최고위원, 상임고문, 후보들도 참석하는 것으로 논의를 확대하다 보니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낮 관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일정이 조정되고 좀 연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노갑 상임고문 쪽 설명은 달랐다.

“처음에 관악을 선거대책본부에서 상임고문 회의를 열자고 해서 적절치 않다고 만류했다. 그 뒤 원로회의를 한다고 했다가 최고위원들과 같이 한다고 했다가 우왕좌왕했다. 그래서 안 나가겠다고 했다.”

객관적 시각을 지닌 당 고위 인사는 “장소와 참석자를 둘러싸고 의사전달이 확실하게 되지 않아 절차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면서도 “동교동 내부에 재보선 지원 반대 인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말 나오기 딱 좋게 되어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권노갑 상임고문과의 회동 불발은 일종의 정치적 사고다. 사고는 도대체 왜 난 것일까?

가장 큰 책임은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문재인 대표와 당직자들에게 있다. 정치인은 망원경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현미경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철학이 확고하면서도 세기에 뛰어나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기 전에는 공직이나 정치 경험이 없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동강 벨트’를 이끌었지만 실패했다. 2012년 대선도 실패했다.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하기에는 축적된 경험이 너무 없다. ‘배짱’(guts)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정치인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독특한 기질도 이번 사고와 일정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지인은 “문재인 대표는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다.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과 출마 등 정치적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냉철하게 대처해야 할 텐데 자꾸 화를 내며 비판하려고 한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인사는 동교동계 일각에서 문재인 대표의 ‘호남 홀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의 기질상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관측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사과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권노갑 상임고문, 박지원 의원, 그리고 동교동계 인사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최근 이들의 말과 행동에서는 호남 민심을 볼모로 문재인 대표에게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는 ‘몽니’의 흐름이 읽힌다. 박지원 의원은 5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못해 미안하다며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선당후사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제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표에게 달렸다. 동교동계 일각의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과 지분 요구는 2·8 전당대회 이후 누구나 예견한 일이었다. 당대표는 예견된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고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 의원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선거도 선거지만 당의 분열 요소를 막아야 한다.

당장은 4·29 재보궐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네곳 모두 지면, 문재인 대표 책임론이 나올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동교동계도 공동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태를 봉합하고 재보선을 넘겨도 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 문재인 대표가 당혁신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호남 기득권 세력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호남 민심’과 ‘호남 당심’이 다르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그걸 구분해서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정치적 안목과 실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정치에는 유난히 ‘나비효과’가 많다. 작은 정치적 사건이 나중에 분열이나 통합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2016년 국회의원 선거와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