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와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의 정동영 예비 후보(왼쪽)가 5일 낮 서울 관악구 서원동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각각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쪽 “그간 오해 풀었다”
박지원 “선당후사의 자세로”
문 대표-동교동계 앙금 털고
협조 국면으로 전환 가능성
박지원 “선당후사의 자세로”
문 대표-동교동계 앙금 털고
협조 국면으로 전환 가능성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5일 저녁 만나 4·29 재보궐선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동 결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오늘 오후 6시40분부터 8시20분까지 여의도에서 만나 상호 긴밀한 의견을 나눴고 이야기가 잘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표는 박지원 전 대표에게 4·29 재보선에 대해 간곡히 도움을 청했으며 또한 그간의 오해도 다 풀었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는 권노갑 고문을 비롯해 동교동 인사들과 잘 의논해 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문 대표께서는 여러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제게 설명하며 간곡한 협력을 요청했고, 저도 소위 동교동계는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내용이며 그 심각성을 설명했다. 오늘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권노갑 고문 등 몇분들과 협의하여 국민을 보고 명분있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정리하여 연락하겠다 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돕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동교동계 일각의 갈등 국면이 협조 국면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날 아침 예정됐던 문재인 대표와 권노갑 고문 등 상임고문단의 회동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5일 당대표 일정으로 오전 9시 국회 대표 회의실에서 ‘원로와의 대화’를 한다고 발표한 것은 4일 오후 5시28분이었다. 밤 10시9분, 일정은 ‘상임고문과 최고위원 간담회’로 바뀌었다. 그리고 간담회 시작 38분 전인 5일 아침 8시22분, 갑자기 “금일 당대표 일정 중 9시 상임고문과 최고위원 간담회는 취소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다급하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애초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세 분과 당대표가 만나기로 했으나 최고위원, 상임고문, 후보들도 참석하는 것으로 논의를 확대하다 보니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낮 관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일정이 조정되고 좀 연기된 것”이라고 했다. 권노갑 상임고문 쪽 설명은 달랐다.
“처음에 관악을 선거대책본부에서 상임고문 회의를 열자고 해서 적절치 않다고 만류했다. 그 뒤 원로회의를 한다고 했다가 최고위원들과 같이 한다고 했다가 우왕좌왕했다. 그래서 안 나가겠다고 했다.”
객관적 시각을 지닌 당 고위 인사는 “장소와 참석자를 둘러싸고 의사전달이 확실하게 되지 않아 절차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면서도 “동교동 내부에 재보선 지원 반대 인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말 나오기 딱 좋게 되어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권노갑 상임고문과의 회동 불발은 일종의 정치적 사고였다. 사고는 도대체 왜 난 것일까?
가장 큰 책임은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문재인 대표에게 있다. 정치인은 망원경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현미경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철학이 확고하면서도 세기에 뛰어나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기 전에는 공직이나 정치 경험이 없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동강 벨트’를 이끌었지만 실패했다. 2012년 대선도 실패했다.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하기에는 축적된 경험이 너무 없다. ‘배짱’(guts)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정치인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독특한 기질도 이번 사고와 일정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는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다.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과 출마 등 정치적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냉철하게 대처해야 할 텐데 자꾸 화를 내며 비판만 하려고 한다”고 걱정했다.
이제 어떻게 될까? 당장은 4·29 재보선 결과가 중요하다. 네곳 모두 지면, 문재인 대표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물론 동교동계도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재보선에서 선전하고 고비를 넘겨도 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 문재인 대표가 당혁신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호남 기득권 세력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표와 주변 인사들은 ‘호남 민심’과 ‘호남 당심’이 다르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그걸 구분해서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정치적 안목과 실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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