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비서실장이 지난 1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화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잇따라 언론 인터뷰 하며 ‘10만 달러 수수의혹’ 해명
“유서에 적힌 날짜, 왜 기사 보고 적나…작문이라 생각”
“유서에 적힌 날짜, 왜 기사 보고 적나…작문이라 생각”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3일 오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2곳에 잇따라 출연해 “너무나 억울하다”, “성 전 회장이 원망스럽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비서실장이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도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근거가 전혀 없는 허위 내용”이라며 “돈 문제에 관한 한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제가 누명을 쓰고 명예가 훼손되었기 때문에 너무나 억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서 메모에 적힌) 9월26일이 돈 준 날짜가 아니고 신문기사 날짜라는데 상식적으로 돈을 준 날짜를 적어야지 왜 신문기사 날짜를 적느냐. 작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출국 직전인 9월21일 제 통장에서 5000유로를 바꿔가지고 노자로 가져간 환전기록이 서류 뭉치 속에 있더라. 10만불이나 받았다면 제가 제 돈으로 환전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제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자제해왔지만 너무나 억울하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제 자신을 해명할 기회가 없어서 성실히 답변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VIP를 모시고 그때 제가 갈 때 이 양반, 그때 야인으로 놀고 계셨다. 그래서 수행을 하게 됐기 때문에 10만 불,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해드렸다. 수행비서도 따라왔다’는 성 전 회장의 말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앵커의 지적에 “독일 출국은 공개된 사실이었고, 제가 헬스클럽 회원으로 운동하러 다니는 것도 공개된 사실이기 때문에 독일 출국하고 헬스클럽 갔기 때문에 돈을 받았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며 “저는 수행비서도 없었고, 수행비서가 있다 해도 헬스클럽에 들어올 수 없으며, 그 당시 저는 야인이 아니고 국회의원이었다”고 답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구명을 요청하는 전화가 왔었냐는 질문에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어떤 도움이나 전화 요청을 받은 바는 없고, 성 전 회장을 아는 국회의원으로부터 검찰에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좀 표명해달라는 간접적인 연락은 있었다”며 “그러나 밖에 나와 있는 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스트에 박근혜 정부 전·현직 비서실장 3명의 이름이 다 들어가 있다’는 질문에는 “(성 전 회장이) 지금 생존해 계신다면 제가 당당하게 대면해서 자초지종의 진실을 밝히겠는데 이렇게 하고 떠나버리셨기 때문에 참 망자와 뭐 깊은 얘기를 할 수도 없고 곤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도 출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저는 공안검사 경력이 있고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제가 법사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소추위원 검사 역할을 했다”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2006년) 노무현 정부하에서 제가 무슨 영향력 있는 실세가 아니었고, 야당의원이어서 이용가치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거금의 여비를 제게 주었겠느냐”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김 전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줬다고 주장한 2006년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지만, 김 전 비서실장이 독일에 수행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다.
그는 이어 ‘성 전 회장이 거짓을 얘기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뭔지 추측이 되느냐’는 질문에 “제가 야인으로 있고 이런 국가적인 수사에 있어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관여하지 않았다. 아마 그런 것이 섭섭했을는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 대표를 마치고 대선을 준비하던 2006년 9월 26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사령부를 방문해 나토 정책실장과 면담 뒤 사령부를 떠나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맨 왼쪽) 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