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을 17년 동안 보좌한 민정기 전 비서관은 1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 전 대통령이 수년 전부터 조금씩 회고록을 준비해왔다”며 “내년 초·중순께 출판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고록에는 전 전 대통령이 보안사령관으로 있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할 때의 비공개 일화와 1979년 노태우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자신이 이끌던 군부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중심으로 당시 최규하 대통령 재가 없이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연행한 12·12 군사반란 사건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의 전체 생애를 놓고 봤을 때 그 부분(5·18, 12·12)의 시간은 1년 가량으로 길지 않지만, 당시 상황에 논란이 많았던만큼 회고록에 당시 일들과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상당 부분 기술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유치 및 개최, 야간 통행금지 및 연좌제 해제, 무역 자율화, 직선제 개헌 수용 등 재임기간 있었던 주요 사건과 퇴임 뒤 뇌물수수와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된 일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5공 청문회 등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무력진압에 대해 “좌파 세력의 공세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태도를 밝힌 바 있고, 관련 재판을 받을 때도 이런 입장을 반복해왔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부터 회고록을 쓰기 위한 자료를 수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전에는 없던 대통령 기록담당비서관직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 자료들에 관심이 많았다”며 “꾸준히 일기도 써온 만큼 회고록 분량은 굉장히 방대할 것이다. 책 한권으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낼 경우, 현재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이 모두 회고록을 내게 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남기지 않았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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