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
“국민통합 이룰 자질 있다” 강변
새정치 “함께 갈 수 없는 인사”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해 두 손을 모은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26일 오후 국회에 제출하면서, 황 후보자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정국의 막이 올랐다. 야당은 황 후보자를 ‘공안총리’로 규정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황 후보자의 전관예우나 병역면제, 종교 편향 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대통령 방미(6월14일) 전에 황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마치겠다고 한다. 협의해야 할 문제이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총리 적격 여부를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황 후보자 지명은) ‘정권 지키기’에 올인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이라며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야당은 황 후보자가 정부 출범 직후 법무장관으로서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한 전력 등을 비판하며, “야당과 함께 갈 수 없는 인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2013년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했을 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며 1주일 동안 영장 청구를 막아 수사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현 정부의 정당성도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가 총리직을 맡게 되더라도 ‘통합형 내각’이 아닌 ‘정권 호위 내각’, ‘공안·사정몰이용 내각’을 주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전력 때문이다.
야당뿐 아니라 시민사회나 여권 일부에서도 ‘공안검사’ 출신의 황 후보자 청문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박 대통령의 제1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인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는 임기 후반기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도 황 후보자 지명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국회에 ‘인준 및 법안 처리 통과’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황 후보자가) 부패 청산을 비롯한 정치·사회 개혁이라는 막중한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회에 보낸 임명동의 요청서에는 “(황 후보자가) 국민소통과 사회통합 및 국가 전반의 개혁을 이뤄낼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보수층에서조차 ‘통합’ 대신 ‘사정’을 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도, 박 대통령만 황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편향성 우려에 눈을 감은 채 오히려 ‘소통과 통합의 자질’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석진환 이승준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