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총리 취임 이후
메르스·경기침체·가뭄 ‘발등의 불’
황총리 “메르스 종식 선봉 설 것”
메르스·경기침체·가뭄 ‘발등의 불’
황총리 “메르스 종식 선봉 설 것”
18일 오전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황교안 국무총리는 오후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곧바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 방문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황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 존립의 최우선 가치인데 메르스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컨트롤타워가 되어서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황 총리는 이어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지난 9일부터 매일 진행해온 ‘메르스 일일상황점검회의’를 ‘메르스 범정부대책회의’로 전환하고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황 총리는 회의에서 “저는 오늘부터 메르스가 종식될 때까지 비상근무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 ‘메르스 총리’로 시작…‘대독 총리’, ‘보디가드 총리’ 우려도
황 총리는 메르스 사태 총괄뿐 아니라, 메르스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와 또다른 재난으로 떠오른 가뭄 극복까지 동시에 챙겨야 하는 혹독한 데뷔전을 치러야 한다. 또 정부의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여론 악화를 어떻게 돌려세울지, 박 대통령과는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등도 관심사다. 지난 4월27일 전임 이완구 총리 사퇴 이후 52일 동안 이어진 총리 공백과 대비되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하지만 50대 공안검사 출신 황 총리가 60대와 최경환, 황우여, 유기준 등 새누리당 핵심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 출신들이 주축인 현 내각을 효과적으로 총괄하며 업무를 수행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강한 반대를 무시하듯 표결을 강행한 탓에, 산적한 현안들에 대한 국회의 원활한 협조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임명동의안 찬성률도 56.1%에 그쳐 이한동(51.1%), 이완구(52.7%) 총리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낮았다.
여권 내부에서도 황 총리에게 큰 기대를 갖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앞으로는 당·청 사이의 권력 다툼이 (정국의)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무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총리는 모나지 않게 사고치지 말고 메르스 사태 등 국정 현안을 관리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줬듯 ‘튀는 행동이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명하복에 충실한 검찰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탓에 박 대통령의 뜻을 고스란히 ‘대독’하는 구실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황 총리는 장관 시절 정부 입장만 전달하고 국회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는 (총리로서) 국회와 소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의 대응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직언하는 총리를 원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공직생활 대부분을 공안수사를 하며 보낸 그가 총리로서 소통과 조율보다, 정권의 안정을 위한 ‘보디가드’ 노릇에만 충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가 애초 황 총리를 지명할 때부터 ‘정권 안정’을 위한 역할을 기대했고, 이 때문에 메르스 대응 정국이 끝나면 주춤했던 사정정국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박 대통령 “총리가 부패척결 사령탑 돼야”, 사실상 ‘사정 총리’ 주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황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전 부처의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로 인해 내수가 위축되는 등 메르스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 불안을 야기하거나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해 달라”며 거듭 ‘유언비어’ 단속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황 총리 발탁 배경으로 꼽히는 사정 드라이브를 예고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황 총리에게 “총리가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이 돼야 한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과제인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황 총리도 “메르스는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현장방문과 점검활동을 해 나가겠다.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등 국정과제를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석진환 서보미 김외현 기자 soulfat@hani.co.kr
박근혜 정부 전·현직 총리 국회의 임명동의안 찬성 비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