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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 대통령 “과거사의 짐 내려놓도록 만들자”
아베 총리 “미래를 내다보며 협력 강화하자”

등록 2015-06-22 21:49수정 2015-06-23 10:05

수교 50주년 행사 메시지
한-일 관계 ‘해빙’ 급선회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장 큰 장애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수교 50돌을 맞아 역대 최악으로 치달아온 한-일 관계 복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두 나라가 과거사 갈등의 파열음을 딛고 양자 정상회담 개최라는 관계 정상화의 꼭짓점까지 올해 안에 다다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과 정상회담 연계’를 내세우며 한-일 관계 파행의 일단을 제공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의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채 과거사 쟁점에서 ‘백기 회군’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양국이 (과거사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그런 시작을 할 때,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는 한·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기념 리셉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번 8·15에 한·일 양국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베 총리가 1965년 이후 일본 역대 내각이 견지해온 인식을 확실히 계승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2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그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2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그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사진을 선물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아베 총리도 이날 도쿄 쉐라톤미야코호텔에서 주일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50년간의 우호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 강화,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며 “양국이 지역·세계 과제에 협력·대처하고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새로운 관계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을 표명했다고 누카가 회장이 전했다.

이날 양국 정상이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상대국 대사관 주최로 열린 국교정상화 50돌 기념연회에 교차 참석해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보자고 한목소리를 낸 것은 한-일 관계에 극적 전환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아베 총리의 과거사 역주행과,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정상회담도 없다’는 박 대통령의 원리주의적 태도 사이에서 냉기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정상회담이라는 외교 수단마저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단일 과제에 종속시킴으로써 ‘스스로 손발을 묶는 자해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랬던 한국 정부가 이번에 급격한 기조 전환에 나선 배경으로는 세가지가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우리말로 인사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우리말로 인사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먼저 최근 중-일 접근 속에 한국만 동북아시아의 ‘외톨이’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더 주요하게는 한-미-일 삼각공조 구축을 서두르는 미국의 의도가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일 “미국과 한국의 관료들은 동일한 (한-일 관계 개선) 경로를 구상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방미 또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 이전에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된)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미국이 막후에서 기류 변화를 재촉해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일 관계 경색 장기화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는 등 국내 여론 동향이 바뀐 것도 정부의 기조 전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메르스 사태 등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동북아 외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 초대 주일대사를 지낸 이병기 비서실장의 역할론도 거론된다.

갑작스런 유턴이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뒤늦게나마 한-일 관계 기조 전환에 나선 것 자체는 다행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이렇게 더 악화 국면을 끌고 가서 무슨 이익이 있느냐는 판단에 따른 궤도 수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깜짝 전환이 각종 쟁점에 대한 일방적 후퇴나 미봉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스스로 묶었던 외교 수단을 풀겠다는 의지를 비친 만큼 치밀한 대처로 정상회담 등을 현안 해결 통로로 적극 활용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한-일 관계 정상화까지는 앞으로의 과정이 더 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원제 석진환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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