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뒤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태흠 “표 대결보다 스스로 결단내려야”
정두언 “사과했으니 받아들이고 타협할 때”
야당 “유승민 물러날 이유 전혀 없다”
정두언 “사과했으니 받아들이고 타협할 때”
야당 “유승민 물러날 이유 전혀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거취를 놓고 친박근혜계(친박)와 비박근혜계(비박) 의원들의 라디오 장외전이 30일에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새누리당의 ‘비박계’는 의원총회를 열자고 주장했으나 ‘친박계’는 반대했다. 의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면 친박 쪽이 패배할 수 있고, 이 경우 대통령과 친박이 벼랑 끝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본인이 설령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초래한 책임은 있는 건 분명하다”며 “본인은 물론 당과 당청 간의 신뢰,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청 간 긴밀한 협조가 아니라 갈등을 유발했고, 야당과 협상 과정에서 주기만 했지 질질 끌려 다녔다”며 “자기 정치, 자기의 정치적인 철학이나 소신을 펼치는데 (원내대표직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당내 갈등이 야기되고 당청 간에도 회복이 불능한 상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가급적이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의원총회 소집에 대해서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한 것은 당헌 당규에 나와 있지만 의원총회에서 재심을 묻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헌 당규에 존재하지 않다”며 “이 정도 사태라면 표 대결 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스스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표 대결을 통해서 재심을 물은 사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비박’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해 “우리 당이 그전에는 압도적으로 재신임했다가 대통령 한 마디로 결론을 바꾼다면 이 당은 아마 국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고, 정말 민심이 떠날 거다. 총선도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당의 주인은 대통령도 아니고 당대표도 아니고 최고위원도 아니다”라며 “당원들이 주인이고 국회의원들이 그 대표격인 주인이다. 국회의원들이 총의를 모아서 결정하는 거지,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는) 지도부가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유 대표도 정말 비굴하리만큼 제가 민망할 정도로 사과를 했다. 사실 그것도 국민들 보기에 썩 안 좋은 일이고 불편한 모습이다. 그 정도면 이제 받아들이고 적당히 타협을 해야지, 끝끝내 끝장을 보자, 이렇게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통치”라고 잘라 말했다.
정 의원은 친박이 의총 소집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의총을 바로 열지 못하는 이유도 우리가 뽑은 원내대표는 그대로 가자는 게 의원들의 중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적절하지 않다며 힘을 실어줬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지금 물러나게 되면 정치적으로 끝이고, 앞으로 5년 이상은 정치를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응을 해야 하고, 국민 상당수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이 ‘유 원내대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성명을 내고 있는 마당에, 그런 지원군과 국민 지지가 있는데 물러나겠느냐”고 예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출신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는 내가 따질 일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퇴할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는 여당 소속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하수인에 그치는 게 아니다”며 “국민이 뽑은 국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고, 의회 지도자로서 기본 의회 권한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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