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모호해 신경전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추경)예산안을 처리하며 부대의견에 넣은 ‘법인세’란 문구를 두고, 야당은 하루빨리 법인세 인상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여당은 법인세 인상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26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여야가 논의를 시작한다는 게 지난 23일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 사항이라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최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인데, 그러려면 나랏빚 내는 것 말고 구체적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모든 법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여유가 있고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조금 더 해주는 수준에서 법인세를 정상화하자”고 선별적인 법인세 인상론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이 사내유보를 통해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연간 4조~5조원의 법인세액을 감면받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4년째 세금이 10조원씩 걷히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 논의를 회피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대의견에 (법인세 문구를) 담은 것은 세수 확충을 위해 여러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법인세 인상은 불가하다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법인세 원상회복을 운운하는 (야당의) 주장은 전형적인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아이엠에프(IMF) 체제 이후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가 현 (박근혜)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기업 활동의 위축을 가져와 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 등을 정비해 실질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은 지난 24일 추경안을 의결하면서 부대의견에 ‘법인세 인상’을 명시적으로 못박지 않은 탓이다. 세수 확충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원했던 야당과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법인세 인상 반대를 주장한 여당은 당시 “정부는 세입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한다”고 애매모호한 내용의 절충안을 마련해 이를 부대의견에 담아 통과시켰다.
김경욱 이세영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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