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코앞 정치 실종
특수활동비 소위원회 구성과 결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여야가 30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합의 실패의 표면적 이유는 특수활동비지만 바닥에는 여야간 신뢰의 상실과 정치 실종이 깔려 있다. 당장 1일부터 시작되는 올 정기국회가 순항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 실종의 가장 큰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원칙의 신봉자다. 원칙은 곧 힘이다. 따라서 대화와 타협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북한에게 그랬듯이 취임 이후 줄곧 야당의 굴복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그게 통했다. 중간선거 승리와 언론 환경 덕분이다.
여당에 법안 처리 당부하면서
야당은 철저히 외면 모순된 행동 청 관계자 “다양한 방식 소통” 주장에
야당선 “도대체 누가, 누구와 대화하나” 여당 원내대표 바뀌며 접점찾기 난항
야당 ‘사즉생’ 각오로 돌파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17일 김무성 문재인 대표와 만난 뒤 지금까지 야당 대표와 회담을 한 일이 없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각각 야당과의 대화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야당을 만나지 않는 것일까? 청와대 관계자에게 물었다.
“정기국회는 여야가 하는 것이다. 굳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게 바람직한가. 전에 여러번 대통령이 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결국 안하더라. 이 정부 들어서 야당과의 소통의 양이 결코 적지 않았다.”
“법안이든 정책이든 국민이 공감해야 실현될 수 있다. 정치공학적으로 당청이 한몸이 되고 야당을 압박한다는 접근 방식도 옳지 않다. 국민이 싫어하는 법안이라도 야당만 합의하면 되는건가.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나.”
야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국민이 옳다고 생각하는 법안이나 정책이면 야당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야당을 만날 이유가 없어진다. 물밑대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야당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관계자는 “도대체 청와대에서 누가 야당의 누구와 대화하고 있다는거냐”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관계도 원만치가 않다.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과 달리 원유철 원내대표는 일정한 선을 미리 그어놓고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게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이런 태도는 국회법 개정 이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려워진 정치 현실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4대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평소 야당이 법안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정작 정기국회가 다가오자 야당은 철저히 외면하고 엉뚱하게 여당에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절박한 상태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8일 연찬회에서 “정기국회는 야당의 존재감을 위한 정기국회다. 4월로 예정된 총선 승리를 위한 정기국회가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4생국회’라는 정기국회 구호를 ‘사생결단 국회’나 ‘사즉생 국회’로 검토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이대로 가면 노동개혁 및 재벌개혁 입법, 선거법 개정, 2016년도 예산안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야의 격돌이 벌어지면서 정기국회가 여러차례 파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6년 예산안도 정부원안이 통과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폭풍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최혜정 기자 shy99@hani.co.kr
야당은 철저히 외면 모순된 행동 청 관계자 “다양한 방식 소통” 주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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